뜸들이는 황교안, 주판알 튕기는 유승민…'小통합' 수순 가나
뜸들이는 황교안, 주판알 튕기는 유승민…'小통합' 수순 가나
  • 뉴시스
  • 승인 2020.02.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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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준비위 발족했지만 20일 전 대통합 난망
황교안·유승민 회동 감감…지분, 근본 시각차 작용
갈수록 보수통합 피로감 쌓이고 효과 반감 지적
양측 담판 짓는 회동 압박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범중도·보수통합을 목표로 '개문발차'한 통합열차가 대통합이 아닌 '소(小)통합' 수준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는 오는 20일까지 중도·보수 통합신당을 띄우기로 하고 신당 창당에 필요한 제반사항들을 결정하기 위해 통합신당준비위원회를 발족했지만, 여전히 통합의 걸림돌이 혼재된 상황이다. 통합신당준비위원회가 5인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되는 가운데 새보수당은 정병국 의원(5선)이 당을 대표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새보수당은 이를 즉각 부인해 통합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담판'이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한국당을 중심으로 하는 신당을 구상하는 이면에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고, 유 위원장은 한국당과 합당하게 될 경우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고심이 깊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이 보수재건 3원칙 가운데 '새집을 짓자', '탄핵의 강을 넘자'는 원칙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당은 빠듯한 총선 준비 일정을 고려해 통합신당이 창당하더라도 지도체제를 확 바꾸는 대신 총선 후 치를 전당대회 전까지 기존 한국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통합에 참여하는 세력의 '충원'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당이 당 최고위원과 공천관리위원을 각각 2명씩 늘리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에 나선 것도 유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새로운보수당과 이언주 의원이 창당한 미래를 향한 전진4.0(전진당)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이 새보수당이나 전진당과 대등한 관계에서 손을 맞잡는 통합이 아니라, 군소정당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의 통합이 된다.

한국당 내에서도 108석의 거대 정당이 의석수 8석(새보수당), 1석(전진당)에 불과한 군소정당에 지나치게 양보하면서까지 통합을 할 필요가 있냐는 부정적인 기류가 없지 않다.

황 대표가 한국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통합신당 지도체제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지금의 당 장악력을 신당 창당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 위원장이 한국당과 통합을 망설이는 배경에는 본인의 입지가 불안정해질 것을 우려한 속사정 떄문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국당에 흡수 통합되는 방식으로 신당에 합류할 경우 앞으로의 공천 등 지분 싸움이나 힘겨루기에서 밀려날 공산이 크다.

황 대표가 우리공화당을 비롯한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는 점도 유 위원장이 합당을 주저하게 하는 부분이다. 여전히 탄핵에 대한 근본적 시각 차를 우려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총선 시간표에만 쫓겨 합당하게 될 경우 유 위원장의 합리적 보수, 개혁 보수 브랜드가 퇴색되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제3차 당대표단-청년연석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제3차 당대표단-청년연석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이 담판을 머뭇거리는 사이에 보수통합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통합 효과가 반감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유 위원장과 황 대표 간 회동이 설 연휴 전 무산된 후로 정치권에서는 2월4일 혹은 5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했지만, 여전히 별다른 징후가 안 보이자 아예 다음 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황 대표와 유 위원장 간 의견 교환이 활발하지 않거나 '대리인'을 통한 소통이 혼선을 빚어 담판이 늦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한국당과 새보수당 내에서는 여전히 보수통합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공개적으로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의 담판 회동을 압박했다.

하 책임대표는 "양당 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 지난달 20일이고 보름 가까이 지났다"며 "두 분께서 분발해야 한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많이 지났다"며 "저희 당 사정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한국당 사정도 썩 좋은 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안철수계와 통합이 불가능해진 마당에 새로운보수당만이라도 통합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주변에 많다"며 "새로운보수당이 의석수는 8석에 불과하지만, 수도권이나 중도층에서는 아직 유승민 대표를 선호하는 지지율이 작지 않기 때문에 선거에서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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