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파트 앞 20층 건물 결사반대했던 주민들, 내 아파트 60층 재건축에는 절대 찬성
내 아파트 앞 20층 건물 결사반대했던 주민들, 내 아파트 60층 재건축에는 절대 찬성
  • 이은영 기자
  • 승인 2020.02.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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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부산시는 수영구 남천동 49호 광장 앞 공유수면 매립사업을 추진했지만인근 남천2동 남천삼익비치아파트 3,000여 가구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부산시는 광안대로 교차로(I.C)와 주변 해안을 연계한 친수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500여 억 원을 들여 일대 공유수면 44,800평을 매립, 주상복합시설 등 해양위락단지를 건설할 예정이었다그러나 남천삼익비치아파트 주민들은 관광단지가 조성되면 주거환경이 악화된다며 사업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매립부지에 20층 이상의 대형 건물이 들어서면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주민진정서를 작성하여 청와대와 부산시 등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사업은 수정되었고 해양위락단지를 위한 20층 이상의 대형 건물은 들어서지 못했다

남천2구역 삼익비치타운 재건축조합이 공개한 재건축 외관 디자인.

2020216일 부산지역 최대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끌고 있는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삼익비치 재건축 사업은 수영구 남천동 148-9 일원에 있는 총 33개 동 123,060세대 단지를 지하 2, 지상 35~61(최고 높이 198m, 용적률 295%) 12개 동 3,350여 세대 규모로 새로 짓는 사업이다.

공공성 기조 강화를 내세웠던 부산시가 건축 계획에 상당 부분 칼질을 가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스카이 브리지 등 일부 수정안을 제외하면 사실상 원안이 그대로 반영됐다.

부산시는 당초 2005년 난개발 방지와 해안 스카이라인 보호를 위해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주거지역 건축물 높이를 60(26)로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30층 안팎으로 높이를 제한할 경우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체 건물 수를 늘리고 건폐율을 증가시켜 '성냥갑 아파트'를 양산, 결국 해안 경관과 조망권을 해치게 될 것을 우려하여 20104월 해안 건축물 고도 제한을 해제했다.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후 해안가 초고층 건축물 신축에 대한 반대의견의 목소리가 높다.

광안리해수욕장 일대까지 초고층 건축물로 둘러싸이면 해안조망권을 일부 주민들이 독점하게 되고, 해안 경관을 해치게 된다는 우려에서다.

빨간 네모 안이 하늘채골든비치아파트, 왼쪽의 노란 네모가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삼익비치 아파트 바로 뒤편에 자리 잡은 하늘채골든비치아파트 주민들은 고층 건물에 따른 조망권 침해를 우려하며 삼익비치 고층화에 반대하는 등 인근 주민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 모(66세 여) 씨는 "바로 앞에 60층짜리 건물이 들어선다고 상상해보라. 햇빛은 고사하고 창문을 열면 건물만 보게 될 것이다. 풍부한 일조를 원하기 때문에 남향집을 선호하는 것 아니겠는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모 씨는 "기존에는 광안대교까지 조망할 수 있었지만, 삼익비치타운 아파트의 재건축이 완료되고 나면 조망권 침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60층 아파트에서 우리 아파트를 쳐다보면 사생활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등 인격권도 침해받을 수 있다. 정신적인 고통은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광안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삼익비치타운 아파트의 재건축이 끝나고 나면 하늘채골든비치아파트의 시가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부동산 시가저하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도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빽빽하게 들어선 성냥갑 아파트보다는 동 사이의 간격을 넓힌 초고층 아파트가 조망권 확보에 오히려 도움이 되고 단조로운 해안 스카이라인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또 고층화로 남은 공간은 공공용지와 녹지 등으로 활용하면 공공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삼익비치타운 아파트에 거주 중이라는 박 모(39세 남) 씨는 어린 시절부터 이 아파트에서 살았다. 초고층으로 아파트가 지어지면, 오히려 건물이 없는 공간이 늘어나 주위 아파트의 일조권 조망권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부산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허가를 내준 것이 아니겠는가고 반문했다.

부산시와 전문가들의 의견에는 차이를 보인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건물 수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바다 조망권을 살릴 수는 없다""수영만 매립지와 용호만 매립지에도 초고층 주상복합건축물로 해안조망권이 훼손되었다. 이런 상황에 광안리 해안까지 초고층 건물이 세워지면 일반인들이 누릴 수 있는 부산지역 해안조망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 반발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관계자는 "부산시가 일부 재건축 대상 주민과 건설사 입장만 고려해 높이 제한 완화를 추진했다""광안리 해안가에 인접해 초고층 아파트를 건축할 경우 황령산 등 주변 지역에서는 거의 해안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민의 반발이 예상되는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재건축 사업, 95년도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앞에 세워질 예정이었던 20층짜리 해양위락단지 건물은 올라가지 못했다. 2020년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60층 건물은 잘 올라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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