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맛코스 삼일
통영의 맛코스 삼일
  • 김영애 기자
  • 승인 2018.09.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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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중에는 약속도 없으면서 괜히 마음이 분주하다. 더군다나 통영은 발이 닿기도 전부터 군침부터 도니 난감하다. 이른 오후 통영에 도착하여 중앙동 문화마당에 숙소를 잡고 짐만 부리고 바로 나간다. 사흘 동안의 통영 맛코스를 시작한다.

붕장어구이

이른 저녁으로 짱어구이를 먹는다. 커다랗고 두툼하며 기름기가 많은 민물장어가 아니고 바다에 사는 붕장어다. '아나고'라 부르는 붕장어를 껍질째 토막 내서 삼겹살처럼 불판에 얹어 구운 뒤 소금장에 찍어 먹는다. 담백함과 적당한 기름기의 차진 맛에 술 한잔 곁들이지 않을 수 없다. 장어의 제철은 5~9월이지만 통영에서는 사계절 먹을거리로 손꼽힌다. '꼼장어'라 부르는 먹장어 고추양념구이도 있다.

통영 다찌집

이제 허기를 달랬으니 본격적으로 남해 바다에 취할 차례이다. 실비집, 즉 다찌집으로 가자. '다찌'는 술을 서서 마신다는 뜻의 일본어 '다찌노미'에서 왔다는데 다찌에 가서 한번 앉으면 일어서기가 쉽지 않으니 아이러니다. 다찌는 한 상 기본으로 무조건 3만~4만 원은 내야 한다. 가격에 술과 안주가 포함돼 있는데 그 안주라는 것이 바다를 상 위에 퍼 부어놓은 가나 다름없다. 새우, 게, 오징어, 문어, 소라, 전복, 멍게, 개불, 해삼, 굴, 조개, 성게, 해초류를 비롯해 각종 제철 생선회와 구이, 찌개, 탕, 튀김, 찜 요리 등이 줄줄이 상에 오른다. 소주는 추가 주문시 한 병에 1만 원 정도 하는데 따라 나오는 안주의 격이 점점 높아진다. 채소와 육류 요리도 있지만 거기까지 눈 돌릴 겨를이 없다.

우짜
우짜(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술까지 얼음 바구니에 담아주니 술술 넘어갈 밖에, 술기운이 가실 때쯤 '우짜'에 들러 속풀이를 하고 잠들자하고 우짜에 들런다. 삶은 우동위에 채 썬 단무지와 어묵, 김 가루, 고춧가루, 통깨, 자장 소스를 얹고 시원한 멸치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후루룩 한 그릇 먹는다. 우짜는 동네 어귀나 재래시장에 가면 쉽게 찿을 수 있다.

졸복국
졸복국

둘째 날 이른 아침 해장 메뉴는 복국이다. 손바닥만 한 졸복과 콩나물을 넣고 끓인 해장국에 식초와 양념장을 살살 풀어 마시듯 먹고 나면 정신에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것 같다.

멍게비빔밥
멍게비빔밥(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점심은 통영 명물 '멍기(멍게)비빔밥'이다. 짭조름한 바다의 향과 맛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멍게를 칼로 톡톡 다져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넣고 비벼 먹는다. 김, 참기름, 통깨와 멍게만 넣고 비벼야 제맛이라고도 하고, 김을 넣으면 간장에 비비고 채소를 넣으면 초장에 비비라고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멍게가 익을 정도로 밥이 너무 뜨거우면 안되고, 숟가락보다는 젓가락으로 흩어가며 비빈 뒤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맛있다는 것이다.

멸치무침회(사진출처: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
멸치무침회(사진출처: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

저녁은 입맛 돋우는 칼칼한 멸치무침회를 선택, 산란을 위해 통영을 찿은 봄 멸치는 어른 손가락만하며 맛을 최고로 친다. 머리를 떼고 뼈와 내장을 발라낸 다음 초 고추장과 참기름, 참깨, 고추, 상추, 당근, 미나리, 배 등을 넣고 버무려 먹는다. 비린 맛이 전혀 없고 뭉그러질 만큼 부드러운 살에서 고소하고 기름진 감칠 맛이 돈다. 식사로 실멸치밥과 생멸치탕을 곁들인다.

충무김밥
충무김밥

마지막 입가심으로 충무김밥을 포장해 통영시민문화회관 조각 공원에 앉아 맥주와 먹으면서 '동양의 나폴리' 야경을 감상한다.

원조시락국
원조시락국(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셋째 날. 새벽 4시 서호시장으로 달려가 회를 떠서 포장해 원조시락국 집으로 가져간다. 맛깔스런 밑반찬을 곁들여 구수한 시락국과 고소한 회로 아침 허기를 달랜다.

해물뚝배기(사진출처: 네이버)
해물뚝배기(사진출처 : 네이버)

점심은 뚝배기 가득 빡빡하게 해물이 들어앉은 해물뚝배기다. 김을 뿜으며 끓고 있는 모습에 군침이 절로 돈다. 해물만 건져 먹어도 배가 부른데 눈앞에 맛있어 보이는 반찬과 밥이 그대로이고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뚝배기와 밥공기를 비우고 나면 목에 간간하고 얼큰한 기운이 남아 단것이 먹고 싶어진다.

오미사꿀빵
오미사꿀빵(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통영을 떠나는 길, 오미사꿀빵에 들러 디저트 겸 여행의 간식거리로 넉넉하게 구입한다. 마지막으로 꿀빵을 먹으며 굴 파는 곳에 가서 굴을 구입해 택배로 가족에게 부친다. 우리나라 굴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통영은 유난히 알이 굵고 통통하다. 이유는 수중에 줄을 매달아 키우기 때문에 플랑크톤을 충분히 섭취해서다. 바위에서 키우는 굴은 조수 간만의 차 때문에 물이 빠지면 굶어야 한다. 사흘 밤낮을 먹고 마셨음에도 아직 도다리쑥국, 물메기찜, 빼때기죽, 뽈락김치는 냄새도 못 맡았다. 하지만 아쉽고 애틋해야 통영이 더 아름답게 그리워질 테니 다음을 기약하자.

통영 굴
통영 굴(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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