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겨우 살아나는데…코로나19·국제유가에 발목 잡히나
수출 겨우 살아나는데…코로나19·국제유가에 발목 잡히나
  • 뉴시스
  • 승인 2020.03.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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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석유화학 수출 9.7%↓, 석유제품 0.9%↓
석유화학·석유제품 수출 비중 16%에 달해
전체 수출품 가운데 52% 국제유가 영향권
2015~2016년 저유가 당시 19개월 연속 수출 하락
코스피·환율·물가에도 영향…코로나19 변수에 우려
"기존 수요·공급 무너지는 형태…산유국 조정 나설 것"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선들이 입항하고 있다.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선들이 입항하고 있다.

 산유국 간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이례적인 폭락장을 연출했다.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수출이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등 우리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석유화학 수출액은 전년 대비 9.7% 하락한 31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석유제품 수출액은 30억달러로 0.9%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중국 등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져 유가가 하향세를 보인 탓이다. 이러면 수출단가도 떨어지기 때문에 관련 품목은 수출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전년 대비 각각 14.7%, 8.7% 하락했다.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수출 여건은 더 악화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들과 비회원국 간 갈등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

이들은 얼마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원유 추가 감산을 논의했다. 여기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회원국들은 하루 150만배럴가량의 추가 감산을 요구했지만 비회원국인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6일 10.07% 하락해 배럴당 41.28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약 3년7개월 만의 최저치로 낙폭은 2014년 11월 이후로 가장 컸다. 브렌트유는 9.44% 하락한 45.27달러로 2017년 6월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8월31일 미 텍사스주 디어 파크의 쉘 디어 파크 정유공장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를 둘러싼 분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해 약화된 세계경제에 원유 공급 과잉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31일 미 텍사스주 디어 파크의 쉘 디어 파크 정유공장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를 둘러싼 분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해 약화된 세계경제에 원유 공급 과잉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

그간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는 수출 불확실성을 키우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지목돼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얼마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가와 상관관계가 있는 수출품이 전체 수출 가운데 52.2%를 차지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가장 상관도가 높았던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의 수출 비중은 각각 8.3%, 7.7%(2018년 기준)에 달한다.

실제 과거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당시 우리나라 수출은 19개월(2015년 1월~2016년 7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최대 수출 감소폭은 2016년 1월 기록한 19.6%이었다. 유가는 20달러 후반대까지 급락했다.

이번 저유가 사태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가 넘쳐나는 상황은 과거와 같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150달러에서 20달러까지 장기간에 걸쳐 하락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국제유가의 하락 속도는 이례적으로 빠르다.

이런 우려는 금융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날 코스피는 4% 넘게 빠지면서 195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원·달러 환율도 1% 오르면서 6거래일 만에 1200원 위에서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1.5%)보다 낮은 1.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농산물 가격과 해외여행비 등이 하락한 탓이다.

앞으로 국제유가 하락은 물가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0%대 저물가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반복될 수도 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는 "산유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코로나19로 수요가 하락하면서 기존에 만들어진 수요, 공급의 균형이 무너진 형태가 됐다"며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되면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순차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다른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것이니 수출도 힘들어진다"며 "OPEC이나 러시아, 미국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니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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