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세입자, 모두 윈-윈?…'월세의 전세화' 지속, 왜?
집주인-세입자, 모두 윈-윈?…'월세의 전세화' 지속, 왜?
  • 뉴시스
  • 승인 2020.04.2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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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전세 비중 60.1%…2년새 1.2%p 늘어
집주인, 공급 증가·불확실성 등에 교섭력 약화
전세 수급은 불안…전셋값 상승 지속 가능성

올해도 전월세 거래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온 이후 그동안 끊임없이 회자되던 '전세 종말론'이 무색해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월세의 전세화' 현상은 지난 3월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포인트(p) 인하 했음에도 추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있다.

금리가 내리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활용한 투자 운용이 어렵게 되기 때문에 월세를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집주인의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전세 거래 비중 증가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확정일자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전월세 거래량 59만7514건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1%로 집계됐다.

1분기 전세 비중을 최근 3년간 비교하면 꾸준한 증가 추세다. 지난 2018년 1분기 58.9%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59.1%로 0.2%포인트(p) 늘었고, 올해도 1~3월 1.0%p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2018년 1분기 56.8%에서 이듬해 1분기 56.7%로 소폭 감소했다가, 올해는 59.2%로 다시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같은 기간 70.4%에서 66.5%로 줄었다가, 올해 1분기 들어 71.6%로 반등했다.

서울의 다세대, 단독주택 등도 1분기 기준 최근 3년간 ▲50.5% ▲51.7% ▲53% 등 순으로 전세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세화 현상은 서울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도 2018년 1분기 전세 비중이 59.9%였으나 이듬해 60.0%로 증가했고, 올해 1~3월도 60.9%로 높아졌다. 지방은 2018년 1분기 56.9%에서 2019년 같은 기간 57.5% 증가했고, 올해 1분기도 58.5%로 늘어 증가 추세를 유지했다.

전세 제도가 다시 부흥하는 배경은 전세 공급물량이 많은 데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최근 2년간 전국적인 주택 공급량 증가와 이에 편승해 집값 상승기에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세입자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법)가 성행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8년 45만8530세대 ▲2019년 40만1259세대로 2년 연속 40만세대 이상이 공급됐다. 서울도 같은 기간 ▲3만7402세대 ▲4만3211세대로 많은 수준이다.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전세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 지역에 전세 물량이 늘어나게 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2년간 입주물량이 많았고 올해도 물량이 상당하다보니 시중에 전세 공급물량이 늘어나고 있어 집주인의 선호도가 높은 월세 대신 전세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입주물량이 전국 34만3313호로 전년 대비 14.4% 줄어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변수로 등장했다.

세입자는 몇 년간 집값 상승의 영향으로 주택 구입이 부담스러운 데다, 정부 대출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의 영향으로 매수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사를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전세계약 연장을 선호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효과를 일으켜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집주인도 전세 물량 공급이 많고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월세로 전환해 새로운 세입자를 찾기보다는, 기존 세입자를 붙잡기 위해 계약을 유지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비중이 늘어나는 배경 중 하나는 경기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집주인이 교섭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진 것도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전세 비중 증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전세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수급 상황에 따라 전셋값 상승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첫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42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전셋값(2.85%) 상승률은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2.02%)을 웃돌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해 9월 둘째 주 이후 지난주까지 32주 연속 2.54% 올라, 아파트값(1.81%)보다 더 많이 상승했다.

함 랩장은 "올해부터 공급물량이 소폭 감소하는 데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이상 거주해야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 받을 수 있다"면서 "전월세 상한제 등 정책 변수가 있지만, 세를 놓지 않고 스스로 입주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전세 공급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위원은 "전세자금 대출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쉽기 때문에 세입자가 경기 불확실성에도 전세계약 연장 협의 시 전셋값 인상을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 집값이 급격하게 오른 탓에 전셋값도 이에 수렴하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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