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 현실은 한 편의 이야기보다 더 가혹하다
정신의학, 현실은 한 편의 이야기보다 더 가혹하다
  • 이명진 기자
  • 승인 2020.04.27 0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 의학의 핵심은 근거다고 말한다.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되려면 이미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된 그간의 치료와 비교하여 결과가 우수하거나 부작용이 적은 등 우월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수세기에 걸쳐 정신의학은 더 나은 진단의 분류, 우수한 치료법이 과거의 지식을 대체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다. 모든 의학의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무조건 완치되지는 않는 질환, 완전하게 조절되지만은 않는 증상이 존재한다.

다른 신체 부위와는 달리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객관화 과정을 거친 여러 심리검사, 평가 척도 들을 통해 마음을 정량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결과가 피검사, X-ray, MRI 같은 수치, 시각화된 정보만큼 직관적으로 환자의 마음에 닿지는 않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긴 시간 동안 형성된 심리 구조나 뇌의 생리 등을 점진적으로 교정해가는 정신과 치료의 과정은 일반적인 신체 질환의 치료 과정보다 길고 지난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치료자가 환자에게 어떤 질환이든 무조건 나아질 것이라 주장한다면 이는 도의적으로, 의학적으로도 맞지 않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마음의 아픔으로 고통받는 이의 입장에서는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치료를 통한 변화가 주관적으로 느껴진다면 가장 좋겠으나, 시일이 흐르고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특별히 달라지는 부분을 느끼지 못하는 시기일수록 이러한 답답함은 가중된다.

완전히 틀린 오해도 존재하지만, 일부는 전체로 정의되며 발생하는 오해도 있다.

'정신과 진료로도 힘든 마음은 뾰족한 수가 없다. 약물 치료를 한 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 부작용만 많고 나아지는 것은 없다.' 이같은 편견은, 빠르고 충분한 호전을 겪지 못한 환자와 보호자의 막막함, 의학의 원초적 한계로 정신의학 전체를 바라보며 형성되는 것은 아닐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