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들 "공동연락소 폭파, 정부 원인 제공"
개성공단기업들 "공동연락소 폭파, 정부 원인 제공"
  • 뉴시스
  • 승인 2020.06.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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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17일 긴급 기자회견
"북측 행위, 지나치고 개탄스럽다...개별공장 피해는 없을 듯"
개성공단 시설 자산 9천억 수준...기계·투자 손실 총 1조 전망
남북 정상간 공동선언 이행·철도도로 연결사업 실행 요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원인은 우리 정부에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유감을 표했다.

정 회장을 비롯해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측의 행위가 지나치고 자제되지 못한 부분은 개탄스럽다"면서도 "우리 정부에서 원인을 만든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4·27판문점선언과 9·19공동선언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미국이 반대했기 때문"이라며 "어느 것 하나 합의 이행이 안 되니 북측은 남측을 향한 신뢰가 깨진 상태였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기폭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막지 않았느냐. 북측이 '전단 살포하는 쓰레기들과 묵인한 자들에게 내리는 벌'이라고 했다. 사실 북측은 연락사무소가 무너지는 걸 보고 환호했을 것"이라며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바라는 사람들은 가슴이 미어지고 잠을 못 이뤘다. 북측이 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북한은 전날 오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경고한지 12일 만이다. 당시 김 부부장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관련 남한 당국이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연락사무소 폐쇄, 9·19 군사합의 파기,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을 하겠다고 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을 통해 설치됐다. 매주 1회 연락사무소 소장회의가 열렸지만, 지난해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올 1월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 돼 연락사무소 운영이 중단됐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입주된 기업 건물의 손상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 회장은 "개별공장까지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청사 외벽이 유리로 돼 있는데 다 무너졌다"고 귀띔했다.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이자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도 "2014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 때 정 회장과 동행했다"며 "당시 개별공장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관리인들이 '개성공단은 북측에서 잘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의 상징적 장소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지만, 개별공장까지는 피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성공단에는 국내기업 123개사가 입주해 운영됐다. 봉제, 조립, 단순 가공을 기반으로 한 중견·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시설 등을 남긴 채 철수했다. 이들이 정부에 신고한 자산은 9000억원 수준이다. 기계설비를 비롯해 투자 손실까지 합하면 1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2016년 5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투자 손실 보전을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정 회장은 "민사소송은 지지부진한 게 맞다"면서 "헌재 위헌 결정이 민사상의 국가손배소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헌재의 결정이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학권 개성공간기업협회 고문은 "기업별로 투자하는 규모는 다르겠지만, 10여년간 개인 자산이 많이 투입됐다"며 "북한 근로자들과 함께 생산활동도 했는데 상징적인 장소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니 억장이 무너진다. 남북간 대립 관계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힌 후 개성공단 입주기업현황판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힌 후 개성공단 입주기업현황판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이날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남북 양 정부에게 "전향적으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청했다. "개성공단은 남북 주민들의 땀과 열정으로 민족단결의 정신이 서린 곳이다. 북측도 우리들의 염원처럼 개성공단 재개의 희망을 놓지 말기를 바란다"며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5년 여간 공단 재개를 위해 불철주야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 개성기업인들의 사업 의지가 꺽여서는 안 된다. 통일민족의 미래를 위해 북측의 대승적인 판단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 당국에도 촉구했다. "사태의 발단은 대북전단 살포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배경은 4·27판문점선언과 9·19공동선언을 이행하지 못한데서 발생했다"며 "남북의 충돌을 막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고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남북 정상간 공동선언의 이행, 특히 개성공단사업, 금강산관광사업, 철도도로 연결사업을 과감하게 실행하기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미국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협력에 대해 사사건건 제동을 건 결과가 현 사태를 야기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가 총체적 위기에 처한 지금 미국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의 대화와 협력을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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