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언어와 자식의 언어
부모의 언어와 자식의 언어
  • 이명진 기자
  • 승인 2020.07.13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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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생각이고 마음이며 관계다. 보이지 않는 생각은 말로써 표현되고 볼 수 없는 마음은 말을 통해 확인된다. 말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풀기도 하고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독일의 사상가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말은 내 존재를 드러내는 눈에 보이는 집과 같다. 

그런데 말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마음을 더러내며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간다는 게 쉽지 않다. 거꾸로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마음을 읽어내며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 역시 간단치가 않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듣지 못하면 말 때문에 괜한 오해가 생기고 시비가 붙고 관계가 틀어진다. 말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조심스럽다.

부부 사이에도 다툼은 대개 사소한 말에서 시작된다. 무심코 툭 밷은 말 한마디가 배우자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낸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다. 피를 나눈 사이니까 어련히 이심전심이 통할 것 같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 무조건 제 말만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 아무 생각 없이 내지른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박혀 뽑히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모와 자식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살아온 세대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보니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상대방 말을 잘 이해하고 제대로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 이것이 배려고 존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노인들의 감염 위험이 커지고, 치사율 또한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까닭에 노년층과 청년층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생겨났다. 아울러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의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면회를 금지하고 외부인과의 접촉을 철저히 막고 있어 창살없는 감옥에 갖힌 것과 다를 바 없는 노인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이들의 건강, 특히 정신 건강이 염려스럽다. 자식들로서도 벌써 몇 달째 부모 얼굴을 뵙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극심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자식인 동시에 부모다. 부모가 있기에 내가 있는 것이고, 내가 결혼해 가정을 이룸으로써 자식을 갖게 되었다. 내 자식에게 하듯 부모를 모시고, 부모를 대하듯 자식을 돌본다면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많은 오해와 긴장이 실타래 풀리듯 하나하나 풀어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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