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는 "푸성귀는 푸른색으로 동쪽을 나타내고 고추는 붉은색으로 남쪽을 가리킨다. 달걀노른자위 같은 황색은 중앙을 상징하고 그 흰자위의 흰빛은 서쪽을 뜻한다.물론 김이나 검은콩의 검은색은 북쪽에 속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오방색 음식을 먹는 것은 곧 우주를 먹는 것이요, 내 몸이 우주를 담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식재료를 한자리에 모은 것이 비빔밥이다. 나물, 고기, 달걀 등 비빔밥 재료는 하나씩 살펴보면 참으로 심심하기 짝이 앖다. 하지만 한 그릇 안에 뭉쳤을 때 각각의 깊은 맛은 몇 배나 빛을 발한다.
소 시장으로 유명한 함평에서는 소 허벅지나 엉덩이 살을 채 썰어 육회로 앉은 육회비빔밥이 유명하다. 육회도 육회지만 무엇보다 밥 위에 얹은 돼지비계가 맛의 비결이다. 시루에 쪄서 기름을 뺀 뒤 얇게 채 썰어 올린 돼지비계가 이곳만의 매력적인 비빔밥을 만들어 낸다. 이렇듯 비빔밥은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안동에는 제사상에 올랐던 나물과 탕국을 넣고 비비는 안동비빔밥이 있고, 전주에는 사골 국물로 밥을 지어 깊은 맛을 살리는 전주비빔밥이 있다.
또 돼지기름으로 밥을 볶고 소금으로 간해서 여러 가지 나물과 버섯, 닭고기를 넣고 비비는 북한의 해주비빔밥, 미역, 톳, 파래 등을 넣는 통영비빔밥도 죽기 전 꼭한번은 먹어보야 할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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