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가마솥 안에 녹아든 정성, 곰탕
펄펄 끓는 가마솥 안에 녹아든 정성, 곰탕
  • 진영동 기자
  • 승인 2020.08.0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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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은 높은 영양가와 담백한 맛으로 조선시대에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진귀한 음식이라고 전해진다.

나는 목포로 떠난 겨울 여행에서 나주곰탕을 처음 먹어봤다. 서울에도 곰탕집이 있으나 가본 적은 없었는데 그 맛을 보고 나니 설렁탕만 알고 살아온 그간의 세월이 억울하기 짝 없었다.

곰탕을 완성하자면 정성이 많이 든다. 살을 발라낸 꼬리와 우족 등뼈를 가마솥에 넣고 10시간 이상 팔팔 끓여 국물을 우린다. 국물을 우리는 중간 중간 계속 기름을 걷어내야 한다. 여기에 살코기를 넣어 다시 푹 끓인다. 이때도 기름을 계속 걷어내야 한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단순할수록 기본 맛의 차이가 커지기 마련, 대를 이은 곰탕집들은 가마솥을 다루고, 고기를 준비하고, 고명을 만들고, 토렴하는 과정에서 저마다 오랜 기술이 전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고기나 뼈를 참기름으로 볶거나 양파, 마늘 등을 넣고 국물을 우리는 등 집집마다 맛을 내는 노하우가 조금씩 다르다.

맛있는 곰탕을 우선 눈으로 판단하자면 국물이 맑으면서 마냥 투명하다기보다는 노르스름한 빛깔을 띠며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제대로 된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그다음 국물에 만 밥과 그릇이 얼마나 온기를 품고 있는지를 보면 그 집의 토렴 기술과 정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치 맛을 본다. 혀끝이 짜릿할 정도로 잘 익은 배추김치와 와작오작 시원하게 씹히는 깍두기의 감칠맛이 국밥과 잘 어우러진다면 그 곰탕집은 마음에 새겨둘 만한 곳임에 틀림없다.

부산, 마산, 대구 등지에도 유명하고 오래된 곰탕집이 몇몇 있으니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나 기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여행길에 어디든지 들러 맛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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