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공포 변비 트라우마
아이들의 공포 변비 트라우마
  • 지태영 기자
  • 승인 2020.08.07 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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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보통 생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이유식을 하게 되는데, 이때 처음으로 변이 굳어진다. 

굳은 변이 나오다 보면 항문이 약간 찢어질 수 있고 통증이 생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며, 통증에 예민할수록 두려움의 강도가 커진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변이 나올 때 아픈 것이기 때문에 배변을 하지 않으면 안 아프다. 자연스럽게 괄약근을 이용하여 참기 시작한다. 그러나 변이 계속 대장 안에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커진 변은 결국 나올 수 밖에 없고 이때 아이는 더 큰 통증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의 변비는 부모와 의사가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어른의 어슬픈 개입이 문제다. 먹고 놀고 배변하고 자는 등의 생리적 현상은 원래 아이 스스로에게 '자기 결정권'을 주고 맡겨야 한다. 아이가 경험하면서 실수하기도 하고 혼나기도 하며 스스로의 자아를 통해 교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의 행동이 자기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가 '틀렸다'고 미리 규정하고 아이 스스로 경험할 기회를 빼앗아 버린다.

아이에게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른들은 뭔가를 해주려고 한다. 인간의 본성인 '행동 편향' 현상이 작동하여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은 채 무작정 개입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개입은 온 가족이 수행한다. 

엄마는 매일 아이가 변을 보나 안 보나 확인하고 있고, 아빠는 퇴근해서 첫 질문이 "애 변 봤어?"이다. 할머니도 옆에서 "변비"를 외친다. 아이가 제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단어가 매일 가족에게서 반복되는 상황에 아이의 트라우마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아이의 변비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좋은 경험을 장기간 유지하여 나쁜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소아에 사용되는 변비약은 몸에 흡수가 되지 않고 변의 양을 많게 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내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이 약아닌 약을, 1년 정도 장기간 사용하여 그동안 아이가 편하게 변을 보면서 나쁜 기억이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이 나이의 아이들은 보통 1년 전 기억을 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서 서서히 약을 줄인다. 아이의 변비는 질병이 아니다. 두려움과 기억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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