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역 추진 중인 北기업이 대북제재 대상?…통일부 당혹
작은 교역 추진 중인 北기업이 대북제재 대상?…통일부 당혹
  • 뉴시스
  • 승인 2020.08.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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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대북 제재 대상"
통일부 "제재 위반 안 되게 하려 검토하는 단계"
이인영 "제재 면제 협의 방식도 개선하려 노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김상균 (왼쪽부터) 1차장, 박 원장, 박정현2차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김상균 (왼쪽부터) 1차장, 박 원장, 박정현2차장.

통일부가 북한과 추진 중인 '작은 교역'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통일부가 사업 승인을 검토 중인 북한 기업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통일부가 남북 교류협력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인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 제재 명단에 있는 기업'이라고 확인했다.

국정원의 이 발표는 파장을 일으켰다. 국정원 발표가 사실이라면 통일부가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일부는 해당 기업과의 교역을 추진해왔다. 우리측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최근 중국 중개회사를 통해 북측 개성고려인삼술·들쭉술 등 35종(1억5000만원 상당)과 남측 설탕(167t)을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통일부는 거래 승인 여부를 검토해왔다.

통일부는 '대북제재 리스트에 있는 기업과 통일부가 교역을 추진하려고 했냐'는 지적에 일단 선을 그었다. 교역 승인을 검토하는 단계일 뿐 아직 최종 승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민간단체들이 물물교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재에 위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반 조건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관련 정보들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 간 긴밀히 공유하면서 검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 제재 대상임을 알고도 통일부가 교역 승인을 검토했던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통일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조혜실 부대변인은 "제재에 위반되지 않도록 추진해나간다는 것이 저희의 기본 입장"이라며 "다만 거기가 제재 리스트에 있냐 없냐는 사항들은 정보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북 협력과 대북 제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인영 장관 부임 후 남북 교역에 힘을 싣던 통일부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이 장관은 현금이 아닌 현물이 교환하는 '작은 교역'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가 금지하는 벌크캐시(대량 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봐왔다. 실제로 이 장관 부임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구호물품 등이 북한으로 전달되는 등 남북 협력에 훈풍이 불기도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와 통일연구원주최, '광복 75주년, 새로운 한반도 건설을 위한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광복75주년 기념 평화통일포럼' 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와 통일연구원주최, '광복 75주년, 새로운 한반도 건설을 위한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광복75주년 기념 평화통일포럼' 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거래를 추진하던 대상인 북측 기업이 유엔 대북 제재 명단에 포함돼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장관과 통일부의 구상은 일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장관 스스로도 이를 감안한 듯 유엔 대북 제재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광복 75주년 기념 평화통일포럼에 참석해 "정치군사적 의제로서의 비핵화, 평화구조 정착, 경제 협력의 큰 담론도 뒤로하거나 잊고 지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대북 제재를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대북 제재와 남북 교역의 충돌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제재 면제 협의 방식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 국제사회와 함께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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