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차에서 라면먹으며 영화보기, 되살아난 '자동차 극장'
[르포]차에서 라면먹으며 영화보기, 되살아난 '자동차 극장'
  • 뉴시스
  • 승인 2020.08.3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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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첫 주말, 대구 도심 '한산', 야외는 '북적
29일 밤 대구 동구의 자동차극장. 차량들이 입장 대기 중이다. 2020.08.30
29일 밤 대구 동구의 자동차극장. 차량들이 입장 대기 중이다. 2020.08.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조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첫 주말, 대구 도심은 한산했다. 연일 34도를 웃도는 폭염 탓에 시민들의 발길은 더욱 뜸해졌다.

해가 져도 열대야를 피해 대형마트나 영화관 등지로 더위를 식히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인 예년과 달리, 가족단위나 연인끼리 자동차에 탄 채 최대한 접촉을 줄이면서 주말을 즐기는 풍경이었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실내시설 대신 야외로 나오는 시민들이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확연해졌다.

29일 정오 대구 중구 동성로. 몇몇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0.08.30.
29일 정오 대구 중구 동성로. 몇몇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0.08.30.

29일 해가 지자 대구 동구의 자동차극장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영화상영이 1시간여 남았음에도 입장 대기 자동차들이 길게 늘어섰다. 미리 온 차량들을 배려, 전조등을 끈 채로 기다리는 차들도 눈에 띄었다.

입장한 차들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조용히 질서를 지키며 대기 구역으로 들어갔다. 대기선을 못 찾은 듯 헤맬 때도 누구 하나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전조등 가림막을 붙이는 시민도 여럿이었다. 캄캄한 밤, 300대에 가까운 차들이 소리도 없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이 자동차 극장에는 한 번에 300여대가 들어갈 수 있다. 인기를 방증하듯 앞서 1회차 상영에서는 입장 대수가 훌쩍 넘어 어쩔 수 없이 되돌아가는 차들도 목격됐다. 

신천동에 사는 김모(26)씨는 "아직 1시간이 남았는데 대기차량이 많아 좀 놀랐다. 내일 친구와 다시 와야 할 것 같다"며 다시 시동을 켰다.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은 박모(53·여)씨는 "아들이 보고 싶어했던 영화가 개봉돼 오랜만에 자동차극장에 와보게 됐다. 이렇게 줄 서서 대기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요즘같은 때에는 외출이 꺼려져 이렇게라도 기분 전환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극장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생겨나면서 찾는 이들이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시절이 오면서 문화생활의 영역으로 이렇게 부활하고 있었다.  

사람들 간 접촉도 줄이면서 기분 전환도 할 수 있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아이템이 됐다. 

자동차극장 앞 편의점들은 간식을 사려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대부분 라면이나 치킨 등을 구입해 갔다. 차 안에서 주위 를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직장인 이모(31·여)씨는 "저녁을 간단히 차 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카페도 덜 찾게 되는데 이번 주는 특히 (극장에) 사람들이 더 많이 온 것 같다"고 전했다.

극장의 직원은 "이번 주말에 확실히 찾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수도권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졌다는데, 대구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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