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음악사회학…고종석 '신촌 우드스탁과 홍대 곱창전골'
90년대 음악사회학…고종석 '신촌 우드스탁과 홍대 곱창전골'
  • 뉴시스
  • 승인 2020.09.0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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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우드스탁과 홍대 곱창전골 . 2020.09.02. (사진 = 호밀밭 제공)
신촌 우드스탁과 홍대 곱창전골 . 2020.09.02. (사진 = 호밀밭 제공)

1990년대 학번인 X세대는 대중문화 황금기의 세례를 받았다. 그 중에서도 신촌과 홍대에서 청춘을 보낸 이들은 LP바 '우드스탁'과 '곱창전골'을 아지트 또는 비상구 혹은 돌파구로 삼았다. 충만한 문화적 자긍심에 낭만까지 더했다. X세대의 X는 미지수 'X'로도 읽히는데, 그것은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뜻하기도 했다.

고종석 대중음악평론가가 최근 펴낸 '신촌 우드스탁과 홍대 곱창전골'은 90년대 음악사회학이라고 부를 만하다.

고 평론가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당시 선배들과 이어진 자리가 대개 1990년대 초반에 생겨난 '우드스탁'이었으며, 첫 직장에서 기자 생활을 치열하게 시작할 때쯤인 1990년대 후반에 생겨난 '곱창전골'로 그 자리가 연결됐다고 돌아본다.

무엇보다 음악잡지 편집장, 칼럼니스트, 음반 유통 관계자,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사무국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등을 지낸 고 평론가는 '우드스탁'과 '곱창전골', 이 두 공간과 반평생을 함께 하면서 음악을 즐기고 감상하는 태도는 물론 새로운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기백을 배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LP바에 가면 자신의 신청곡보다 타인의 신청곡을 듣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지 상상하며 들으면 한 곡 한 곡이 모두 인생 곡이 된다. 이와 관련해 고 평론가가 풀어낸 이야기들은 흥미롭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건 '헤비메탈의 신'으로 통하는 영국 록밴드 '주다스 프리스트'의 '브레이킹 더 로' 에피소드다. 이 곡은 주다스 프리스트의 내한공연 콘서트장은 물론 우드스타에서도 늘 떼창을 동반했다.

고 평론가는 "1분50초대에 이르러 사이렌 소리와 함께 상승하는 대목에서 '우드스탁'의 손님은 물론 자신의 손에 쥐어진 맥주잔을 추어올리며 옆 테이블의 이름 모를 손님들과 함께 절정에 도달한다"고 돌아봤다.

멤버들이 금고에 숨겨진 주다스 프리스트의 골든 디스크를 되찾아가는 모습을 CCTV로 지켜본 경비원이 '브레이킹 더 로'를 외치는 장면이 담긴 뮤직비디오를 언급하며 "우드스탁을 찾았던 사람들은 '브레이킹 더 로'를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간구하며 혼연일체를 이뤘다"고 여겼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에는 반드시 사람이 모이고, 모여든 사람은 서로 뒤섞여 공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서로를 멀리해야 하는 '코로나19 시대'에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이유다.

'신촌 우드스탁과 홍대 곱창전골'은 청년 문화의 용광로 역할을 했던 두 특별한 공간을 추억함과 동시에, 국내 음악계가 두 공간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물줄기를 트고 폭을 넓혔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다.

최규성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는 "젊은 영혼들의 메카 신촌과 홍대의 대표적인 음악 명소 두 곳에서 축적된 신청 곡의 분석을 통해 이제까지 없었던 방식으로 시도한 대중음악의 흥미롭고 소중한 또 다른 역사 기록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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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신촌 우드스탁'은 1992년 신촌에서 문을 열었던 '우드스탁'에 관한 소개, 문진웅 '우드스탁' 대표 인터뷰, 우드스탁이 사랑한 음악 51선, 문 대표가 추천하는 스페셜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2부 '홍대 곱창전골'은 1998년 홍대 땡땡거리 한쪽에서 10평 규모 자그마한 가게로 시작했던 '곱창전골'에 관한 소개, 정원용 '곱창전골' 대표 인터뷰, 곱창전골이 사랑한 음악 51선, 정 대표가 추천하는 스페셜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부록으로 '우드스탁과 곱창전골의 추천 곡'이 제공된다. 460쪽, 2만5000원, 호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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