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근원, 외로움과 함께하는 마음
외로움의 근원, 외로움과 함께하는 마음
  • 최민규 기자
  • 승인 2020.09.10 0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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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우리에게 무한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노래 한 곡은 5분, 아무리 아름다운 영화도 두 시간 남짓이면 끝난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처음의 설렘이 영원하기를 바라지만, 그 바람이 클수록 이별도 아프다. 낭만이 아닌 현실은 더욱 냉정하다. 

밥을 먹고, 자고 일어나기 위해 하루를 온전히 소진해야 하는 일상의 연속. 허전함을 느끼는 시간조차 아껴 살아가다, 어느 날 불현듯 마음의 빈자리를 발견한다.

굳이 태어나기 전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누군가와 이어지며 충만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 사랑에 빠지던 순간, 20년 지기와 같은 삶의 고비를 서로 위로하는 술자리, 은사와 함께 미래를 고민하던 나날들,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늘 그렇게 가족들이 있던 특별하지 않은 밤. 허전한 마음의 구멍을 메워주는 고마운 사람들과의 기억. 

그래서 우리는 마음의 구멍을, 마치 처음에는 없었던 것처럼 인식한다. 언제나 채워져 있던 그 자리가, 소중한 사람이 떠나서 혹은 그와 비슷한 이유들로 인해 홀로 되어 비어졌고, 이것이 외로움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를 채워 줄 누군가 혹은 무언가, 이를테면 평생의 동반자, 남부럽지 않은 지위, 써도 써도 줄지 않는 부, 클수록 좋은 권력 같은 것들을 갈구한다. 

그것들을 손에 넣었을 때 비로소 마음의 구멍도 메워질 것이라 생각하면서.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외로움이라 칭하는 그 마음의 빈자리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온전히 채워진 적이 없다. 

모든 것이 충만하고 만족스럽다는 것은 매우 많은 변수들이 충족된 상태이므로, 실상 조그만 틈으로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움 그 자체다. 삶의 완벽한 순간은 있으나 완벽한 삶이란 없다는 것, 그것이 실체를 알 수 없는 외로움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깃든다. 이를 생의 위험신호로 받아들여 동요하거나, 그 이유를 찾아 해결하려 하기보다, 어쩔 수 없는 삶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당연한 감정이라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면 어떨까.

다행히 삶은 외로움만으로 점철되지 않는다. 친구의 장난기 어린 격려, 집밥, 사랑하는 이가 남몰래 잡아 주는 따뜻한 손, 때로 젖어드는 외로움을 구태여 덧나지 않도록 그대로 두고 살아가다 보면 마음을 기댈 진심들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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