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권하는 사회
주식 권하는 사회
  • 전현철 기자
  • 승인 2020.09.14 0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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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사람들은 여름 휴가도 못 간 채 집안에 고립되었고, 허용된 자유라고는 배달음식과 언택트, 게임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주식이야 말로 대단히 강렬한 자극이자 유혹이다.

더구나 도박을 사랑하는 무수한 사람들과 코로나로 인해 커지노 촐입이 막힌 이들은 오직 주식투자로 욕구를 달래고 있다.

우리 뇌에는 측중격핵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쾌락을 담당하는 장소이다. 여기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나오는데, 도파민이 많이 나올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주식 투자를 해서 수익을 보는 경우 측중격핵에서 도파민이 급격하게 분출되고, 이 패턴을 우리 뇌는 기억한다. 돈을 버는 긍정적인 경험이 쾌락이라는 기억과 감정으로 저장되는 것이다.

우리는 한 번 주식 투자로 수익을 맛본 이상, 이 중독의 고리에서 빠져나오기가 무척 어렵다.

'누구누구는 천만원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 200% 수익을 봤다더라'는 등의 소문, 그리고 '저번에는 손실을 봤으니 종목만 바꾸면 이번에는 딸거야'라는 도박사의 오류에도 빠진다.

또한 친구가 손대는 주식마다 다 수익을 보니까 쟤가 사는 주식만 따라서 사면 나도 성공할 거야'라는 식의 hot hand fallacy에 휘둘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인지적 오류와 왜곡들로 인해 근거 없는 믿음과 긍정심에 고양되어 우리는 실패를 금새 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 주식을 하는 사람들의 목표 수익률은 10~20% 정도이다. 몇 개월 후 목표가에 도달하게 되면 이들은 생각한다. '2천만원을 넣었으면 400만원을 벌었을 텐데, 아니, 대출받아서 1억을 넣었으면 2천만원을 벌었을 텐데'라며 자책한다.

초심자의 행운이 끝나면 이들 대부분은 돈을 잃게 된다.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알거나 PER, PRB의 의미는 고사하고 동시호가 체결방법도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주식투자가 아닌 도박을 하고 있다.

대학생부터 80대까지 주식을 한다. 스마트폰에 증권 앱을 다운받은 시람 숫자만 해도 수백만만명이다. 제로 금리시대, 전례 없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돈은 빌릴 수 있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그야말로 '주식 권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바카라에 빠진 사람들을 보며 당신은 어리석다며 웃었을 것이다. 도박의 끝은 결국 패가망신인데 당사자만 그것을 모른다면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주식을 하는 당신, 투자를 하고 있는가, 도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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