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새 1억 '껑충'…'천정부지' 전셋값, 언제까지 오르나?
보름새 1억 '껑충'…'천정부지' 전셋값, 언제까지 오르나?
  • 뉴시스
  • 승인 2020.11.0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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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 0.14%↑…수도권 5년 만에 최대 상승
임대차 보호법·청약 대기수요·물량부족…수급불균형 심화
3기 신도시 공급 前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 불가피
주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전세가격 상승폭이 9년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0.10.23.
주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전세가격 상승폭이 9년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0.10.23.

"전세 매물이 아예 없어요."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 임대차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에 질문에 "전세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은 많은데,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보름새 1억원씩 오를 정도로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며 "전세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도 점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기준으로 마포래미안푸르지오(총 3885가구)는 전세 매물(전용면적 84㎡)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70주 연속 상승하고, 수도권 전셋값도 5년여 만에 최대로 상승하면서 전세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지난달 26일 조사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23% 상승했다. 64주 연속 상승이다. 이는 지난 2015년 11월 첫째 주(0.23%)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0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10% 올랐다. 지난주까지 3주 연속 0.08% 상승세를 유지하다 4주 만에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전셋값 상승세를 주도했다. 송파구의 상승률이 지난주 0.11%에서 이번 주 0.19%로 확대됐고, 강남구는 0.10%에서 0.18%, 서초구는 0.10%에서 0.16%로 상승폭이 커졌다. 강동구 역시 지난주 0.10%에서 이번 주 0.16% 오르며 상승폭을 키웠다.

서울 동작구(0.09%→0.14%)와 금천구(0.07%→0.12%), 성북구(0.09%→0.11%), 도봉구(0.06%→0.09%), 강북구(0.06%→0.08%), 은평구(0.06%→0.07%)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와 실거주 요건 강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제 시행 및 청약 대기수요 등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하면서 교통·학군이 양호한 주요 단지 위주로 전셋값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은 지난주 0.39%에 이어 이번 주 0.48%로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 2014년 3월 둘째 주(0.48%) 이후 6년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연수구(0.94%→0.99%)와 남동구(0.18%→0.54%), 서구(0.36%→0.51%)가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0.24%)와 같은 수준으로 올랐다. 광명시(0.38%→0.39%)를 비롯해 고양 일산 동구(0.30%→0.38%)·서구(0.21%→0.37%), 용인 기흥구(0.23%→0.37%)·수지구(0.45%→0.43%), 오산시(0.12%→0.40%), 화성시(0.39%→0.37%) 등도 상승했다.

수도권 전셋값은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후인 8월 첫째주 0.22% 오른 뒤 2개월 가까이 상승폭이 둔화됐다 지난달부터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라, 지난 주(0.21%)보다 상승률이 소폭 확대됐다. 수도권(0.23%)도 지난 2015년 11월1주(0.23%)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라, 지난 주(0.21%)보다 상승률이 소폭 확대됐다. 수도권(0.23%)도 지난 2015년 11월1주(0.23%)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시장의 불안은 수급 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 여파로 전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임대차보호 3법과 0%대 초저금리 장기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영향 등으로 전세 매물은 갈수록 더욱 줄어들고 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8·4대책 발표 이후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주택임대차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택시장에서는 수급불균형이 지속돼 전셋값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셋값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변수인 신규 공급 물량도 갈수록 줄어든다. 서울 입주물량이 2018년 4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적을 것으로 나타났다.

직방 조사에 따르면 11월 서울에서 1개 단지, 296세대가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경기도와 인천은 물량이 증가한다. 경기 8225세대, 인천 2917세대가 입주해 전월대비 각각 28%, 100% 정도 늘어난다.

또 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덩달아 전세 물건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총 2만3217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로 대폭 줄어든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서울과 수도권지역에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지만, 착공 뒤 입주까지 최소 3~5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전셋값 오름세는 불가피하다. 정부의 계획대로 주택 공급이 본격화되면 전셋값 상승세가 한 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전세난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월세 세액공제와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전세대란을 해결한 뾰족한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과거 10년 동안의 전세대책을 다 검토해봤는데, 뾰족한 단기 대책이 별로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월세 세액 공제로 일부 월세로 사는 임차인들에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전세 물량을 늘리거나 전셋값을 낮추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월세 세액 공제를 확대로 전세 수요를 얼마나 분산할지도 미지수다. 또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최대한 앞당긴다고 하더라도 실제 공급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신규 주택 공급을 당초 예상하던 것보다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현재 전세 매물 부족의 원인은 수급불균형에 기인한 것으로 실제 신규 주택 공급까지 일정기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금리 인하와 신규 물량 공급 축소 등이 임대차 3법과 맞물리면서 전세 물량이 전체적으로 줄고 전세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당분간은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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