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서의현 전 총무원장, 박탈된 승적 26년만에 복원
조계종 서의현 전 총무원장, 박탈된 승적 26년만에 복원
  • 뉴시스
  • 승인 2020.11.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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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장기집권 시도했다가 추방
2015년 징계 재심 청구해 '공권정지 3년' 받고
올해 승려 분한 신고 심사 통해 승적 되찾아
대종사 후보도 올라 종단 안팎서 논란 예상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조계종 법계위원회 주최로 대덕(비구)·혜덕(비구니) 법계 품서식이 봉행되고 있다.

임종명 기자 = 1994년 대한불교조계종 종단 내에서 발생한 이른바 '개혁 민주화' 사태로 승적을 박탈당했던 서의현 전 총무원장이 승적을 되찾았다.

11일 조계종에 따르면 서 전 원장은 종단에서 10년마다 진행하는 '승려 분한(分限)' 신고에 신청서를 냈고 종단은 심사를 거쳐 그의 승적을 복원했다.

서 전 원장은 대종사(大宗師) 후보에도 올랐다. 대종사는 조계종 비구승 중 최고 법계(총 6단계)이다. 종사(5단계)의 법계를 받은 지 7년 이상 지난 사람 중 뛰어난 이에게 주어진다.

조계종 관계자는 "최근 조계종 정기총회가 개회했다. 대종사 후보에 23명의 스님이 올랐는데 이 중 서 전 원장도 포함됐다"며 "중앙종회와 원로회의를 거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계에 따르면 1994년 조계종 사태의 발단은 서 전 원장이 장기 집권을 시도했다.

1988년 5월 당시 종헌은 '총무원장 임기는 4년으로 한다. 단, 중임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서 전 원장은 이를 근거로 중임에 구체적 횟수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3선을 강행했다.

이에 장년층 수행승과 젊은 학승, 신도들을 중심으로 개혁 세력 '범승가종단개혁추진회'가 결성됐다. 이들은 서 전 원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서 전 원장 측은 조직 폭력배를 동원해 농성 중인 승려들을 폭행하는 법난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개혁 세력의 활동을 통해 그해 4월10일 전국승려대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서 전 원장의 모든 공직 박탈 ▲승적 박탈 및 불가에서 영원히 추방되는 체탈도첩 징계 등의 결의사항이 채택됐다. 결국 서 전 원장은 3일 뒤 총무원장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 사태는 불교계 독재 체재에 맞서 민주화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 전 원장은 승적 박탈 당시에는 재심을 신청하지 않았다가 지난 2015년 5월 '당시 징계 의결서를 받지 못했다'며 재심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심 결과는 승적 박탈이 아닌 '공권정지 3년'으로 나왔다. 징계 수위가 대폭 낮아진 것이다.

그는 재심 결정에 따라 공권정지 3년이란 징계 기간이 지난 뒤 올해 분한 신고에 서류를 제출했고 승적이 복원됐다.

조계종 측은 이번 상황이 절차대로 진행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 전 원장의 승적이 복원되고 대종사 후보에도 오른 것은 종단 개혁을 상징해온 1994년 사태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전개인 만큼 종단 안팎의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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