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변화냐 유지냐…변창흠 발언에 쏠리는 눈
부동산 정책 변화냐 유지냐…변창흠 발언에 쏠리는 눈
  • 뉴시스
  • 승인 2020.12.0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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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 출신 주택전문가…과거 발언은 규제·증세론자
최근 주택 공급확대 언급…"여러 방향으로 하겠다"
민간중심 보다는 공공중심 주택공급 확대 가능성
집값 폭등 김현미 문책성 인사…정책 변화 분위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07.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07.

차기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낙점된 변창흠 후보자(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의 주택 철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주택 철학이 고스란히 향후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등에 업고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펴 왔다. 하지만 3년5개월 동안 집값을 잡기는커녕 역대급 폭등을 야기했다는 오명 속에 퇴장하게 됐다.  

바통을 이어받는 변 후보자도 이념적으로나 정책적 색깔이 김 장관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초기 규제 강화 정책을 진두지휘 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현 정부의 부동산 철학을 공유하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또 3기 신도시 조성과 임대주택 공급 등 현 정부의 주택도시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에서 '김현미 시즌2' 라고 명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면 주택 가격 급등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로 강력한 규제 정책을 가동해 왔으며 변 후보자 역시 비슷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변 후보자는 지난 2018년 12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풀면 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또 다시 부동산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변 후보자는 또 임대시장과 관련해서는 임차인의 거주권 보호를 위해 현재 적용하고 있는 2+2년 보다 더 강력한 2+2+3년이나 3+3년을 주장하기도 했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도 강력한 규제를 주장해 왔다. 지난해 4월 한 학회지 기고를 통해 "불로소득 자체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비업무용 토지 소유자,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중과 원칙을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공동저서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2015년)를 통해 "고령자의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것은 개발사업과 규제완화를 추진해 자신의 주택 자산 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해 자가 보유자나 고령자에 대한 정치적 편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변 후보자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들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을 견인한다"고 주장을 해 온 점도 김 장관의 정책 연속성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 방향을 빠르게 전환한다면 지금까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관이 바뀌더라도 큰 틀의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변 후보자가 현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양질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공급 중심으로 부동산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변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면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12.07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12.07

지난 6일에도 정부과천청사 내 임시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정부가 주택공급확대 정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여러 방향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취지에 맞게 하겠다"며 공급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변 후보자가 추진할 공급방식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민간 중심이 아니라 공공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또 다른 점은 변 후보자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 이를 바탕으로 한 '디테일'이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의 김 장관이 화두를 던지고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돌격형이었다면 변 후보자는 주택 문제를 연구한 학자이면서 동시에 공기업 사장을 지내 현장 경험이 풍부한 만큼 전문성을 갖고 세밀한 정책 추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 장관 교체가 집값 폭등에 대한 사실상의 경질성 인사인 만큼 지금까지의 정책과 일정 부분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시장에서 기대하는 부분이다.

변 후보자는 지난 4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어떤 정책을 쓰더라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정책에 반영하고 현장에 맞는 '현장 맞춤형' 정책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학자 출신인 변창흠 후보자는 주택분야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시장을 잘 이해하는 분"이라며 "부동산 시장을 시장경제의 원리로 풀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친화주의자는 아닌 듯 하지만 공급확대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과거 정책과 다르게 움직일 것이란 기대감을 갖는 게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변 내정자는 1965년생으로 대구 능인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대학원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원,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거쳤다.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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