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인 주52시간 '탄력근로제' 6개월 확대...장시간 노동 우려도
숨통 트인 주52시간 '탄력근로제' 6개월 확대...장시간 노동 우려도
  • 뉴시스
  • 승인 2020.12.0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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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기간 3개월→6개월…'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
내년 中企 주52시간 시행 앞두고 경영계 요구 수용
노동계 "건강권 침해"…선택근로제 반영 강력 반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국회(정기회) 제15차 본회의에서 상법일부개정법률안 등이 통과되고 있다. 

강지은 기자 =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적용을 앞두고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보완 입법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 확대하는 개편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주52시간제 취지를 벗어나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등 건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노동계는 판단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상한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되,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3개월 초과 단위기간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사용자는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도록 했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기간 내에서 일이 많을 때는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일이 없을 때는 노동시간을 줄여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면 기업이 노동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주52시간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이다.

업종별 특성에 따라 특정 시기에 업무량이 급증하는 경우 도저히 주52시간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단위기간은 3개월이지만 경영계는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이 기간도 짧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사·정은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접점을 찾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속 계류돼 있었다.

정부도 경영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탄력근로제 관련 법안 처리의 국회의 협조를 요청해왔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최근 주52시간제 현장안착 관련 브리핑을 갖고 "주52시간제 시행과 관련해 현장에서 무엇보다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보완 입법으로 추진 중인 탄력근로제 개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고용부가 지난 9월 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52시간제 대응을 위해 기업이 최우선으로 꼽은 과제는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로제(56.1%)였다.

지난 10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도 6개월 탄력근로제 도입 시 어려움이 대부분 해소된다는 응답은 46%, 일부 해소된다는 응답은 34%로 긍정적인 의견이 80%에 달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는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사실상 주52시간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함께 문제삼는 또다른 내용은 개정안에 포함된 '선택근로제'다.

선택근로제는 노동자가 하루 노동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해 일정 정산기간 노동시간의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것으로, 경영계는 현행 1개월인 정산기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해왔다.

다만 개정안은 신상품 또는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서만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직접적인 연구개발 업무 이외에 보조 업무까지 포함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선택근로제의 경우 경사노위 합의에는 없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경사노위 합의에 직접 참여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경사노위 사회적 합의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제도 시행의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법률 개정이 단행된 것에 대한 강력 항의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그러면서 주52시간제 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는 대한민국 과로사 기준에도 벗어나는 것"이라며 "결국 노동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라 사람을 늘리는 것이 핵심인 만큼 이것 역시 근로기준법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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