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소득주도성장 취지엔 공감…단기 부작용은 부인 못해"
KDI "소득주도성장 취지엔 공감…단기 부작용은 부인 못해"
  • 뉴시스
  • 승인 2018.11.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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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의도한 효과, 내년 또는 내후년에나 확인될 것"
"경기 하향 위험 커져…정점 지나 성장세 둔화 가시화"
"투자 위축, 성장률 1%p 낮춰…내년까지 위축세 불가피"
"한은 포함 범정부적 완화적 정책 기조 유지가 바람직"
"외환건전성 버팀목…금리차로 인한 자금 유출 위협↓"
"美·中 유화 분위기 있지만 분쟁 장기화 안심할 순 없어"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국내경제 등의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국내경제 등의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현 정부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단기적 부작용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5일 '하반기 KDI 경제전망' 관련 사전 브리핑에서 "산업 경쟁력 강화의 인센티브(incentive)가 생기면서 성장 모멘텀(동력) 구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의도한 효과는 내년, 혹은 후 내년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소득 불평등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인 지속적인 성장이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정책의 취지에 대해선 이해하고 공감하는바"라면서도 "단기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책의 근본적인 틀이 '성장정책'이란 점에서 단기적으로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긴 어렵다"며 "장기적 효과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혁신성장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 패키지들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과 관련,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는 고용 상황에 대한 KDI의 전망은 어둡다. KDI는 올해와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을 각각 7만명, 10만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 실장은 "다양한 정책들의 부작용이 어느 정도 큰 상황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지만 내년 초까지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 하방 압력 요인들이 다수 포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경기는 정점을 지나가면서 성장세 둔화가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

-내년 전망치 2.6%인데, 2%대 초반까지 더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나.

"정확하게 측정(measure)하기 힘들 정도로 최근 대외 경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른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 지금 제시한 성장률은 고려할 수 있는 위험들을 반영해 중간치를 제시한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내년에 하락하는 건가.

"현재 잠재성장률은 2.7%~2.8% 사이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 2.6%는 잠재 성장률 수준을 밑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잠재성장률이란 고용 상황이나 경기 변동 등에 따라 매년 조금씩 변화하기에 매년 성장률과 직접 비교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경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얼마 만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률이 나타났다. 특히 2010년, 2011년이 그랬다. 그 이후엔 잠재성장률과 유사한, 또는 밑도는 수준으로 경기가 진행돼 왔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는데 이번엔 성장세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톤의 변화가 큰 것 같은데 경기 순환적 측면에서 현 상황이 경기 침체로 기울어져 있는 건가.

"지난 9월 초에 7월 이후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됐는데, 그 통계를 기반으로 경기가 정점을 지나가면서 하향 위험이 더 커지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지난주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으로 판단해보면 경기는 정점을 지나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가시화되고 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과 정규철 연구위원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국내경제 등의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과 정규철 연구위원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국내경제 등의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총수요 압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소비, 투자 등 각각의 기여도는 어떻게 되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각각 성장률을 0.5%p 낮추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투자 위축세가 성장률을 1%p 낮추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외 부문에서의 설비투자 감소세가 상당히 우려되는 수준이다. 다만 반도체 부문에서의 기저효과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 감소가 나타나면서 수입 부문에서 성장률을 올리는 효과도 나타났다. 내년의 경우 투자가 급격히 낮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올해 줄어든 설비투자 규모가 내년에도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건설투자의 경우 다양한 여건을 고려할 때 건물 건설이나 토목 건설 등에서 모두 위축세가 불가피한 모습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전망치가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이유는. 

"지난해 반도체 제조 장비 투자를 중심으로 투자가 상당히 급격하게 증가했었다. 그에 대한 반향효과가 올해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던 건 사실이다. 특히 상반기에 많이 반영됐다. 다만 반도체 외 나머지 산업에서의 투자 계획이 올해 상반기 조사했던 것과 달리 상당히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나타나면서 2~3분기 지나며 전반적인 투자 감소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내년 하반기엔 다소 개선되는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 상당히 위축됐던 투자가 내년에도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개발(R&D) 투자 전망치도 많이 낮아졌는데.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의 실적이 부진했다. 이에 따라 R&D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도 크게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가 올해 3~4분기에 이어 내년까지 부진하단 얘긴데, 이유는.

"올해 상반기엔 민간소비 증가율이 성장률을 웃돌았다. 과거 4~5년간의 트렌드(trend)를 봤을 때 민간소비 증가율이 이렇게 빠르게 나타났던 때가 흔하지 않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면서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내년에도 상반기까지 소비 증가세가 전년 동기 대비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전 분기 대비해선 좀 더 완만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양호했던 소비가 점차 위축되고 있는 건 전반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면서 가계에 반영되는 부분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또 주가 등 자산가격이 하향 조정되면서 부의 효과가 작년에 비해 훨씬 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이미 시행됐지만, 내년에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이 조정되고 원리금을 같이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가계에 확대되고 있는 상황도 소비 증가를 추가로 제약하는 요인이다."

-상반기엔 내년 실업률을 3.7%로 전망했는데 이번엔 3.9%로 상향했다. 고용 상황이 악화된다는 건데 이는 내년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체감할 것이라고 밝힌 장하성 정책실장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

"소득주도성장 관련해 최근 여러 의견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KDI는 소득주도성장의 근본적인 취지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의 근본적 틀이 '성장정책'이라는 점에서 단기적 접근으로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긴 어렵다고 본다. 산업경쟁력 강화와 이에 따른 성장 모멘텀(동력) 구축 등 정책에 따른 성장 효과는 내년 또는 후 내년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성장, 특히 혁신성장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 패키지들이 제시돼야 하는 국면이라고 생각한다."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가 올해 7만명, 내년 10만명이다. 그렇다면 연말 중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는 건가.

"노동시장 관련 수치는 이번에 상당히 자신 없는 분야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의 부작용이 어느 정도 큰 상황인지를 아직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최근 정책 효과나 구조조정 효과를 반영해 산정해 본 결과 올해는 7만명 또는 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1~3분기를 통해 봤을 때 4분기엔 취업자 수의 증가 또는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에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상당히 크게 나타났었는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내년 1분기까지도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시 말해 올해 남은 기간 중엔 뚜렷한 증가 또는 감소 없이 작년 수준의 취업자 수가 유지되는 정도로 7만~7만5000명 정도 예상되며 내년엔 10만~10만5000명 정도로 예측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일 내놓은 '2018년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 내년 2.6%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일 내놓은 '2018년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 내년 2.6%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화정책이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할 때가 아니라고 보는 입장인 건지.

"기준금리의 수준 그 자체보다는 지금까지 한국은행을 포함해 범정부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완화적 정책 기조와 정책 조합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금리 인상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거라 본다. 다만 국내 경기 상황이 낙관적이지 못한 데다 대외적으로 다양한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이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 개혁, 산업경쟁력 강화 등에 좀 더 포커스(focus)를 둬야 한다고 본다.

-대외 금리 차 확대에 따른 불안 요인은 크지 않다고 보는가.

"'대외'라는게 주로 미국을 칭하는 것 같다. 미국으로 자금이 유출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외화의 급격한 유출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데 대해선 의견을 같이한다. 다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의 경험을 비춰볼 때 그 이후 우리 경제의 강한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는 외환 건전성을 고려하면 지금 수준의 기준금리 격차는 심각한 자금 유출을 나타낼 정도의 위협은 아니라고 본다."

-4분기 이후 총수요 압력이 감소하고 있는데 공공근로 확대나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의 긍정적 효과는 나타나고 있나.

"소득이 증가하는 방향으로의 정부 정책은 소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망치에도 볼 수 있듯 정부 소비가 늘어나면서 민간소비보다 총소비 증가율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지출 증가가 총소비 증가에 기여하는 정도는 내년에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나 규제 개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기본적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는 각 산업 및 기업에서의 혁신이나 기술개발에의 노력이 없이는 금방 회복되기 어렵다. 정부 정책을 제안함에 있어 그러한 혁신 활동, 또 기술개발을 포함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번 상반기 전망에서도 언급했지만, 구조개혁은 구조조정, 제도개혁 등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새로운 정책, 새로운 기술 그리고 혁신 활동을 진행하면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빠르게 제거하고 이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기업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조건의 경직성 등 경제의 비효율적 요소들을 제거해 인적 자원을 재배치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근로조건의 경직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근로조건 경직성이란 우리나라 고용 구조의 경직성 문제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근로 조건 계약, 또 노동의 보호 측면에서 혜택을 받는 근로자들이 많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과도한 보호로 인해 노동시장에의 신규 진입 등 기회를 충분히 잡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개혁을 통해 이러한 상황들을 해소해나가야 한다. 서비스 부문에서의 규제 개혁을 포함해 이해관계가 상당히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문에서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혁신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통화하면서 양국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과 무관하게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 보는 건가.

"보도에 따르면 유화적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 관련 미국의 다양한 조치들은 정치 일정과 상당히 연관돼 있고,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자주 바뀌어 왔다. 따라서 지금 상황으로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판단된다. 이런 상황들을 반영해서 수치적으로는 전망하지 못하고 하방 위험 정도로 남겨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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