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개발, 매입 주택 '현금 청산'…현장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공공개발, 매입 주택 '현금 청산'…현장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 뉴시스
  • 승인 2021.02.0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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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개발 지역·시기 빠져"…부동산시장 혼란 부추겨
현금 청산,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 VS '투기 수요 차단'

박성환 기자 = "빌라 거래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2·4 공급 대책 발표 때 후보지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고, 현금 청산을 운운하니 주택 거래 중개를 했다가 나중에 손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아파트에 당첨돼 빌라를 팔아야 하는 집주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며 "지역도, 시기도 알 수 없는 공공개발 때문에 매도·매수자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를 비롯해 전국에 85만호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부동산시장은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공급쇼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25번째 부동산 대책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공급 지역과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이 빠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 85만호의 물량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공공주도 개발 지역과 시기, 방법 등을 특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역 등에 대해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해당지역 주민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또 정부가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지난 4일 이후 신규 계약한 매물에 대해 ‘우선 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고, ‘현금 청산’하기로 못 박으면서 재산권 침해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모든 역세권 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소유한 집주인이 집을 팔거나, 실거주를 위해 무주택자가 집을 살 때 자칫 손해를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주도 개발 사업 추진 후보지는 222곳에 달한다. 공공주택 복합사업 대상인 ▲역세권 117곳 ▲준공업지역은 17곳 ▲저층 주거지역 21곳으로, 총 155곳이다. 나머지 67곳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다.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전국에 85만호를 공급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지만, 사업 지역과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대책 발표 이후 매입자에게는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 청산을 하도록 못 박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또 우선공급권은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전매제한이 설정되고, 우선공급 대상자는 우선공급계약일로부터 5년 내 투기과열지구 우선공급 및 정비사업 조합원 분양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사업예정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실거주·실경영 목적이 아닌 부동산 매입을 제한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정비사업은 소유주 중심의 조합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개발 이익이 사유화돼 과도하게 투자 대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새로운 모델을 적용하면, 투기수요 유입 억제가 가능해 사업을 신속히 진행하고 세입자·상인의 내몰림 등 기존 정비사업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 장관은 "대부분 입지가 확정된 상태지만 미세하게 구역 조정이나 지방자치단체와의 마지막 합의를 남겨놓고 있어 구체적인 입지를 밝히지 않았다"며 "조만간 지자체와 협의가 완료되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부동산 거래절벽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후암1구역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은 긍적적이나, 어디에 어떤 방식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빠지다 보니 혼란스럽다"며 "공공주도의 개발지역에 주택을 구입하면 현금 청산을 한다는데 누가 거래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가뜩이나 거래절벽인데,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거래가 완전히 끊길 것"이라며 "정부가 공급 숫자에만 치중한 나머지 구체적인 계획을 빼놓아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대부분의 역세권이 공공주도 개발 후보지로, 역세권 등의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은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운 상황이고, 무주택 실수요자는 신축 아파트가 아니라면 섣불리 이사를 추진했다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또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샀다가, 개발 후보지로 묶인다면 돈만 받고 쫓겨나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에 이미 여러 차례 잘못된 신호를 보내 혼란을 키운 정부가 정책 불신을 키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확대 정책에 따른 구체적인 추진 방향과 시기 등이 나오지 않아 부동산시장이 혼란스럽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낸 것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공급 물량 자체를 늘리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지역과 시기, 방법 등 세부적인 계획이 없다 보니 부동산시장이 혼란스럽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위치와 시기가 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민간의 참여가 관건"이라며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지만, 현금 청산 등과 같은 방식은 거래의 자유를 침해하고, 지나친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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