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난'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어떻게 될까…26일 표대결
'조카의난'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어떻게 될까…26일 표대결
  • 뉴시스
  • 승인 2021.03.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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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문사 ISS 박찬구 회장, 글래스루이스 박철완 상무 지지
주총 핵심 쟁점은 이사 선임안…박찬구 회장이 유리한 고지 선점
국민연금·소액주주 표심 승부 영향…주총 이후에도 장기전 양상

 이종희 기자 = 삼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조카 박철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이 시간이 흐르면서 첨예한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박 회장 측을, 글래스루이스는 박 상무 측에 손을 들어주면서 정기주주총회의 결과는 예단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인 이사 선임안을 놓고 보면 박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양측이 보유 지분에 큰 차이가 없어 주총 결과를 가를 마지막 변수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될 전망이다.

박 상무가 최근 모친과 장인까지 가세해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주총 이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향후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재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6일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의 안건으로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이날 주총은 박 회장 측과 박 상무 측이 각각 제시한 배당안과 이사 선임 등을 두고 표대결이 예상된다.   

박 상무는 지난 1월 공시를 통해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히며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했다.

박 상무는 금호그룹 3대 회장인 고(故)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자 금호석유화학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 회장과는 그동안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었다.

양측은 박 상무가 제안한 고배당안을 두고 다툼을 시작했다. 당초 금호석유화학은 박 상무가 제안한 고배당안이 상법과 정관에 위배 소지가 있어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상정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했다.

금호석유화학 정관에 따르면 보통주와 우선주 간 차등 가능한 현금배당액은 액면가(5000원)의 1%인 50원이다.

앞서 박 상무는 배당을  보통주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달라고 제시했다. 전년 대비 7배가 늘어난 수준이다.

금호석유화학 정관 기준에 따르면 박 상무는 우선주 배당을 1만1050을 제시했어야 하지만, 액면가의 2%(100원) 차등을 두면서 논란이 됐다.

또한 상법상 정기주주총회 6주 전에 주주제안이 회사 측에 전달돼야 하는데 이같은 요건을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상무 측은 해당 부분을 수정한 제안서를 회사 측에 제출한 뒤 이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박 상무의 편을 들어주면서 금호석유화학은 박 상무의 배당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박 회장 측도 반격에 나섰다. 박 상무의 고배당안에 대응하기 위해 개선된 배당안을 내놓았다. 금호석유화학은 보통주 주당 4200원(대주주 4000원), 우선주는 주당 4250원이다. 총 배당금은 115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80% 증가한 수준이다. 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대 주주 등에 대한 차등 배당도 전년 대비 33% 확대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양측이 맞붙었다. 박 회장 측은 사내이사 후보로 백종훈 금호석화 영업본부장(전무)을 추천했으며 박 상무 측은 본인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박 회장 측은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 박순애 서울대 교수, 최도성 가천대 석좌교수, 황이석 서울대 교수 등 총 4명을 후보로 각각 추천했다. 박 상무 측은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 , 민준기(Min John K) 외국변호사,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대 교수 등 총 4명을 후보로 각각 추천했다.

양측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ESG 위원회 설치,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설치 등 일부 내용이 겹치는 안건을 동시에 상정했다.

이에 대해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도 엇갈린 권고를 내렸다. ISS는 박 회장 측의 안건에 모두 찬성의견을 냈지만, 글래스루이스는 박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과 고배당안, 민준기(Min John K) 후보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로 선임하는 안 등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주총 핵심 쟁점은 이사 선임안…박찬구 회장이 유리한 고지 선점

주총의 승부를 가를 핵심 쟁점은 이사 선임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를 어느 쪽이 장악하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배가 갈릴기 때문이다.

박 상무가 전년 대비 7배가 늘어난 파격적인 고배당안을 제안한 이유는 우군 확보를 통해 자신이 내세운 이사 후보를 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재계는 박 상무가 주총에서 승리한다면 이사회를 통해 박 회장 해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박 회장 측이 다소 유리한 상황이다. 우선 ISS는 박 회장 측이 제안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후보 모두에 대해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금호석화 측이 제안한 정관 변경 및 이사회 후보 안건이 향후 장기적으로도 회사의 지배구조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면서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박 상무 측의 주장은 대체로 '너무 과격하고'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박 상무의 고배당안과 사내이사 선임, 민준기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금호석유화학 주주들은 박철완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주주로서 혜택을 받는데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한 회사 임원으로서 지난 10년간 근속해 사내이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대로 박 회장 측의 황이석, 이정미, 박순애 사내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손을 들어줬다. 박 상무를 지지하는 이사 후보 다섯 명 가운데 두 명만을 찬성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은 박 상무의 고배당안은 내어주더라도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박 상무 측 이사 후보의 진출을 막고 싶어할 것"이라며 "글래스루이스의 권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수의 회사 측 후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해 사실상 박 회장의 편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양대 의결권 자문사가 사실상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소액주주 표심 승부 영향…주총 이후에도 장기전 양상

양측은 주총 전까지 표대결을 위한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보유한 박 상무 지분은 10%다. 박 회장(6.69%)과 아들 박준경 전무(7.17%), 딸 박주형 상무(0.98%)가 보유한 지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표대결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표심에 갈릴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국민연금 8.16%, 자사주 18.36%와 소액주주가 48.62%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행보도 주목된다. 재계는 소액주주의 결집이 어려운 만큼 8.1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주총에서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한 바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비슷한 이유로 박 상무의 편을 든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박 회장 측에 손을 들어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주총에서 승부가 나더라도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박 상무와 모친, 장인이 나서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재계는 박 상무와 가족의 지분 확대를 임시주총 등 향후 행보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박 상무는 지난해 말 주주명부가 폐쇄됐기 때문에 이후 취득한 지분은 주총에서 의결권이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지난 2일 금호석유화학 주식 9550주를 장내 매수해 소유주식수가 304만6782주에서 305만6332주로 늘렸다. 지분율은 10.0%에서 10.03%로 높아졌다.

박 상무의 모친인 김형일씨도 같은날 지분율 0.08%에 해당하는 2만5875주를 매입했다. 아울러 박 상무는 김씨를 특수관계인으로 추가했다. 박 상무의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역시 지난 9일 금호석유화학 보통주 1만4373주를 장내 매수하며 특수관계인으로 등재됐다. 이로 인해 박 상무 측의 지분율은 10.12%에서 10.16%로 소폭 상승했다.

박 상무는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의 지분 매입에 대해 "저와 제 가족이 금호석유화학이라는 회사와 함게 운명공동체로 간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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