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에 지지율 바닥친 文…"적폐 청산" 대신 "면목 없다"
LH 사태에 지지율 바닥친 文…"적폐 청산" 대신 "면목 없다"
  • 뉴시스
  • 승인 2021.03.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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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거듭 밝힌 '적폐' 표현 대신 "부동산 부패" "관행 청산"
출범 후 최저치 지지율에 '책임 전가' 논란 대신 자세 낮춘 듯
"거듭 거듭 2·4 공급대책 강조"했지만…후속 입법은 난관 예상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안채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면목이 없다"면서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며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대신 '적폐'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로 국정수행 지지도가 바닥을 찍자 자세를 낮춰 정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수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로서는 매우 면목 없는 일이 되었지만 우리 사회가 부동산 불법 투기 근절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16일에 이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면서 정부의 투기 근절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번 LH 사태를 두고 "개발과 성장의 그늘에서 자라온 부동산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 "오랫동안 누적된 관행과 부를 축적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청산하고 개혁하는 일"이라고 했다.

'부패', '청산' 이란 단어는 사용했지만 지난 15일과 16일 LH 사태를 명명하며 사용된 '적폐'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15일 "우리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적폐 청산을 이뤘으나 '부동산 적폐' 청산까지는 엄두 내지 못했다"고 했다. LH 사태와 관련해 사실상 첫 사과를 내놓은 16일에도 "이번 계기에 우리 사회 불공정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한다면, 우리나라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적폐 청산'이란 표현이 박근혜·이명박 정권을 겨냥한 프레임이라며 '전 정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냐'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 같은 반응에 청와대는 17일 "부동산 적폐는 사람에 대한 게 아니다. 오랫동안 쌓아온 잘못된 관행이나 문화를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적폐'라는 고강도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바닥'을 찍은 국정수행 지지율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9~20일 실시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 긍정 평가는 34%로 정권 출범 후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63%로 최고치였다(전국 만 18세 이상 17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KSOI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5일~19일 조사한 결과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34.1%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62.2%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전국 18세 이상 251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이 LH 사태 관련 시민단체 폭로 이튿날인 지난 3일부터 잇따라 '엄정대응' 지시를 내놓고 지난 16일에는 사과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음에도 여론이 악화되자, '책임 전가' 등 논란을 일으킬 만한 표현을 배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LH 투기 의혹 근절책 마련과 추진을 두고 "많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정부는 아프더라도 더 나은 사회, 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가기 위해 어차피 건너야 할 강이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는 각오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투기 근절 의지와 명분을 재차 강조하며 등 돌린 민심을 잡으려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 문 대통령은 "거듭거듭 강조한다"며 '2·4 공급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에도 다시금 방점을 찍었다. 공공재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 등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고 재차 주문한 셈이다.

앞서 당정은 3월 내 부동산 대책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LH 투기 의혹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의 비협조 속 여당이 LH가 사업 주체인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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