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車반도체 자립화' 한 달…민관, 긴밀 소통 이어간다
정부 주도 '車반도체 자립화' 한 달…민관, 긴밀 소통 이어간다
  • 뉴시스
  • 승인 2021.04.0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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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민관 車반도체 협의체 출범
"협의체 통해 협력 가능한 부분 발굴"
각국도 정부 차원에서 수급해결 나서
전문가들 "장기적으로 필요했던 조치"
"국산 신뢰 얻으면 해외 진출도 가능"
김병문 기자 = 지난해 10월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반도체대전'(SEDEX)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 부스에 전시된 자율주행 자동차에 사용되는 메모리들을 둘러보고 있다.  2020.10.27. dadazon@newsis.com
김병문 기자 = 지난해 10월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반도체대전'(SEDEX)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 부스에 전시된 자율주행 자동차에 사용되는 메모리들을 둘러보고 있다. 2020.10.27. dadazon@newsis.com

고은결 기자 = 정부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발족시킨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가 출범 한 달을 맞았다.

정부·기업·관련 기관이 수시로 소통하며 협력 가능 분야를 검토 중인 가운데, 전 세계에 불어닥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사태의 해결 기반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4일 정부에 따르면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는 지난 3월4일 발족 이후 총 세 번에 걸쳐 산업부 관계자와 실무진이 모여 대책 회의를 가졌다. 당초 회의 계획은 격주였지만, 필요시에는 수시로 만나 현안 및 필요 지원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협의체를 통해 (업계 간) 협력 및 사업화를 할 수 있는 몇 가지 부분이 발굴됐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자동차 업계와 반도체 업계가 협력을 해나가려면, 일단 정기적인 협력 채널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출범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기근과 관련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 토대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는 미국 텍사스 지역의 한파로 현지 차량용 반도체 업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일본의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의 공장 화재까지 겹치며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이미 GM, 포드, 도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제조사가 감산에 나섰고 현대차, 기아도 타격을 피하지 못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완성차 업체를 시작으로 철강, 부품, 전장 등 관련 산업도 도미노 타격을 받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다.

지난해 10월11일(현지시간) 미국 덴버 포드 대리점 모습. 2021.04.01.
지난해 10월11일(현지시간) 미국 덴버 포드 대리점 모습. 2021.04.01.

막대한 경제적 파장이 예상되며 각국 정부도 수급 차질 해결에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최근 일부 대만 반도체 업체에 차량용 반도체의 대체 생산을 요청했다. 미국 백악관은 조만간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들을 초청해 공급난 사태 해결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주요 생산국인 대만 측과 차량용 반도체 조달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해왔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현황 및 강화방안'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매출액 기준 세계 점유율은 미국이 31.4%, 일본 22.4%, 독일 17.4%다. 한국의 점유율은 2.3%로 주요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시장성 등을 이유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등보다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려운 데다 공정 난이도도 높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갑'인 완성차 제조사와 부품 수급사가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 확대에 적극 나설 환경이 아니었던 셈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TSMC 전경. (사진=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Ltd.)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TSMC 전경. (사진=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Ltd.)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선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자 국내 공급망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했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의 피해는 국가 경제의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이자, 미래차로의 전환이 빨라진다는 점에서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이번 달부터 국내 기업의 완성차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기저 효과 등으로 5개월째 회복세를 달리는 우리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최근 '3월 수출입동향 브리핑'에서 "현재까지는 완성차 수출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나 4월부터는 영향이 우려된다"며 "구체적 피해 규모·기간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수요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 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해 협의체 출범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해외 의존도를 해결하는 것만이 근본 처방이라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단기 조치로 국제협력, 차량용 반도체 부품의 수입·통관 지원, 성능·인증 지원에 돌입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양 업계 간 협력모델 발굴,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박미소 기자 = 기아가 지난달 15일 처음 선보인 전용 전기차 EV6의 외장 디자인. (사진=현대차·기아 제공) 2021.03.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박미소 기자 = 기아가 지난달 15일 처음 선보인 전용 전기차 EV6의 외장 디자인. (사진=현대차·기아 제공) 2021.03.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 사이에서는 협의체 구성으로 당장 큰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필수적인 조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가 정착하면 향후 해외 진출 기반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이어진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자동차 반도체는 안전과 관련이 돼 있어 극한 환경에서도 고장이 나면 안 돼 공정이 어렵고, 시장은 작아 기업 입장에선 사업성이 낮다고 봤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차량용 반도체 자립화를) 해야 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설계는 가능하지만 제조 공정, 테스트·제조 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은 "이미 차량용 반도체는 검증된 회사들이 있어 시장을 뚫기 어려운데 (국산 부품을) 국내 차량에 탑재해 신뢰성을 얻으면 외국 시장도 진출할 수 있다"며 "다만 검증 기간에 상당 시간이 요구되니 당장 수익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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