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윤 기자 = 남양유업 제품 불매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발효유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 논란에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7년 전인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에 이어 또 한 번 대국민사과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남양유업은 2013년 남양유업 본사 직원이 대리점 직원에게 폭언하며 물량 밀어내기를 했다가 적발 돼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당시 남양유업 영업사원 욕설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홈페이지에 김웅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지만, 진정성이 없다며 비판을 받았다. 남양유업 주식 1주당 가격은 100만 원을 넘는 '황제주'였지만, 대리점 갑질사태로 사흘만에 주가가 12% 이상 빠지며 시가총액 1000억원 가량이 공중에 사라졌다.
결국 남양유업 김웅 대표와 본부장급 임원들은 2013년 5월9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사과를 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고개 숙여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밀어내기 행위 등 잘못된 관행이 일어난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개선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남양유업은 국내 유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불매운동 직전인 2012년 매출은 1조3650억원이었지만, 8년 만인 지난해 9489억원으로 30.5% 감소했다. 특히 2019년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돼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황씨는 2019년 7월 마약 투약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집행유예 기간 또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올해 1월 구속됐다. 당시 남양유업은 "황씨와 일절 무관하다"며 "임직원과 전국 대리점과 주주 등이 무고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에서 불가를 공동개발한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과 함께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의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했다. 충남대학교 수의대는 불가리스가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인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동물·인체가 아닌 세포실험 결과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소재 중심이 아닌 완제품 형태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규명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제대로된 검증을 거치지 않고 발표해 논란이 커졌다. 이후 질병관리청은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지만 일부 편의점, 마트 등에서 불가리스가 품절되고 남양유업 주가는 한때 폭등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고발조치한 상태다. 남양유업 세종공장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에 영업정지 2개월도 요청했다. 세종시는 30일까지 남양유업 측 의견서를 받고 영업정지 명령을 확정할 방침이다. 식약처 고발 후 남양유업은 16일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킨 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국민사과 등 모든 사항을 검토 중"이라며 "지난 16일 세종시로부터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사전 통지를 받았지만, 세종공장 영업정지 2개월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연구결과 발표 후 논란 확산 속도가 빨라서 대응방향과 행정처분 관련 소송준비 등을 내부에서 계속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