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4⅓이닝 2실점(종합)
양현종,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4⅓이닝 2실점(종합)
  • 뉴시스
  • 승인 2021.04.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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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 콜업과 동시에 LA에인절스전 구원등판
오타니와 맞대결에서 번트 안타 내줘
오타니는 2년11개월 만에 승리
텍사스 레인저스의 양현종이 26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볼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와의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6회 투구하고 있다. 2021.04.27.
텍사스 레인저스의 양현종이 26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볼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와의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6회 투구하고 있다. 2021.04.27.

권혁진 기자 =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메이저리그(MLB) 마운드에 서겠다는 오랜 꿈을 이뤘다.

양현종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1 MLB LA 에인절스전에 3회초 2사 후 구원 등판, 4⅓이닝 5피안타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66개. 스트라이크는 44개였다. 홈런과 실점이 나왔지만 데뷔전의 중압감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이닝이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숙원을 푼 순간이었다.

KBO리그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활약한 양현종은 고액의 연봉을 포기한 채 지난 2월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조건이 다른 계약)을 맺었다.

5차례 시범경기 등판에서 10이닝 12피안타(1홈런) 6실점,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 개막 엔트리 입성에 실패한 양현종은 이날 처음 MLB로 부름을 받자마자 등판 기회를 얻었다.

달아오른 에인절스 타선을 상대로 나쁘지 않은 데뷔전이었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선발 조던 라일스가 7실점으로 무너지자 양현종을 호출했다.

4-7로 뒤진 2사 2,3루 위기에서 등장한 양현종은 4번타자 앤서니 렌던을 2루수 뜬공으로 잡고 빅리그에서의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신고했다. 90.6마일(약 146㎞)짜리 빠른 공이 통했다.

4회에는 에인절스의 강타선을 삼자범퇴로 요리했다.

첫 타자 자레드 월시의 투수 직선타를 몸을 돌리면서 감각적으로 잡아낸 양현종은 2B로 시작한 저스틴 업튼과의 승부를 유격수 땅볼로 마무리했다. MLB의 살아있는 전설 알버트 푸홀스에게는 중견수 플라이를 솎아냈다.

자신감을 얻은 양현종은 5회를 공 7개로 정리했다. 선두타자 호세 이글레시아스를 2구 만에 1루수 땅볼로 아웃시켰고, 커트 스즈키는 3루 땅볼로 처리했다. 빠른 공을 보여주다가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뺏겠다는 전략이 주효했다. 톱타자 데이비드 플레처는 양현종의 슬라이더를 걷어올렸지만 중견수에게 잡혔다.

6회에는 일본인 타자이자 투타를 겸업 중인 오타니 쇼헤이를 만났다. 양현종의 퍼펙트 행진은 오타니에 의해 깨졌다.

좌타자인 오타니는 3루수가 당겨치는 타구에 대비해 베이스를 비우자 초구에 기습번트를 시도,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번트 타구가 살짝 떴지만 양현종이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양현종을 상대로 기습번트를 시도하는 오타니. 2021.04.27.
양현종을 상대로 기습번트를 시도하는 오타니. 2021.04.27.

마이크 트라웃과의 대결도 아쉬웠다. 양현종은 5구 승부 끝에 트라웃에게 평범한 2루 땅볼을 유도했다. 정상적인 수비였다면 병살 플레이까지 노려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내야수들의 자리가 시프트로 옮겨지면서 내야안타가 됐다.

양현종은 랜던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고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월시를 넘지 못했다. 높은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내줬다. 이 사이 2루 주자 오타니가 홈을 밟으면서 양현종의 첫 실점이 기록됐다.

그래도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다. 양현종은 1사 2,3루에서 업튼에게 빅리그 첫 번째 삼진을 잡았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업튼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양현종은 앞선 타석에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던 푸홀스마저 3루 땅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끝냈다.

7회는 쉽지 않았다. 첫 타자 이글레시아스에게 홈런을 맞았다. 1B-2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79.7마일(128㎞)짜리 슬라이더가 통타 당했다. 낮은 코스로 향한 공이었지만 이글레시아스의 배트를 피하지 못했다.

빠른 공이 높게 형성되면서 스즈키를 중전안타로 내보낸 양현종은 플레쳐를 2루 땅볼로 정리하고 주자를 지웠다. 대타 스콧 셰블러는 초구에 3루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2사를 만들었다.

최고의 타자 트라웃에게도 당당히 맞섰다. 연거푸 볼 3개를 던진 후 몸쪽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은 양현종은 5구째 빠른 공으로 우익수 플라이를 유도,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완성했다. 

양현종은 8회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텍사스는 초반 마운드 붕괴에 4-9로 완패했다. 9승14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다. 라일스가 2⅔이닝 10피안타(2홈런) 7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에인절스 선발 오타니는 5이닝 3피안타 4실점으로 흔들렸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를 챙겼다. 오타니가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린 것은 2018년 5월21일 탬파베이 레이스전 이후 1072일 만이다. 평균자책점은 1.04에서 3.29가 높아졌다.

1회 4실점으로 불안한 출발을 알린 오타니는 이후 4이닝을 실점없이 틀어막았다. 탈삼진이 9개나 될 정도로 제구가 잡힌 오타니는 거침이 없었다.

오타니는 타석에서도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해 시즌 타율을 0.300(80타수 24안타)으로 끌어올렸다.

색다른 기록도 탄생했다. 현재 7개로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오타니는 1921년 6월14일 베이브 루스 이후 100년 만에 홈런 1위 선수의 선발 투수 등판이라는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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