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경기후 류현진에 '잘 던졌다' 축하 문자 받아"
양현종 "경기후 류현진에 '잘 던졌다' 축하 문자 받아"
  • 뉴시스
  • 승인 2021.04.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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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서 오타니·트라우트 상대…"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어"
"꿈의 무대에서 더 많이 던지도록 노력하겠다"
27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뒤 인터뷰하는 양현종. (사진 =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 화상 기자회견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7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뒤 인터뷰하는 양현종. (사진 =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 화상 기자회견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김희준 기자 = 안정 대신 도전을 택한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꿈의 무대'에 서자 선배 메이저리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진심으로 축하했다.

양현종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전에 3회초 2사 2, 3루의 위기에 구원 등판, 4⅓이닝 5피안타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꿈에 기다리던 빅리그 데뷔전이었다. 지난 2월 중순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조건이 다른 계약)을 맺은 양현종은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이날 전까지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데뷔를 기다려왔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양현종은 "경기가 끝난 뒤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문자 메시지가 많이 왔더라. 아직 답장을 하지 못했다"며 "(류)현진이 형도 문자 메시지를 2개 보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진이 형에게서 콜업 축하한다는 문자가 왔었고, 경기 후에는 잘 던졌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지난 26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둔부에 통증을 느껴 3⅔이닝을 소화한 뒤 자진 강판했다.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종은 "현진이 형의 부상이 나아졌으면 좋겠다"며 "나도 꿈의 무대에서 더 많이 던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22일 에인절스, 24~2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경기 때 '택시 스쿼드'로 동행했다가 홈 경기를 앞두고 MLB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양현종은 "구단 쪽에서 별 이야기가 없어서 마이너에 내려가 준비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구단 직원이 대기하라고 하더라"며 "오후 2시께 축하한다고, 글로브라이프필드로 오라고 하더라"고 콜업 순간을 떠올렸다.

갑작스럽게 빅리그에 콜업돼 데뷔전을 치른 양현종의 상대는 마이크 트라우트, 알버트 푸홀스, 앤서니 렌던 등이 버틴 에인절스였다. 에인절스 타선에는 투타 겸업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오타니 쇼헤이도 있다.

빅리그 입성 직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을 상대한 소감을 묻자 양현종은 "택시 스쿼드로 원정 경기를 따라다니면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많이 봤다. 그래서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이어 "많은 팬 분들 앞에서 공을 던진 것이 오랜만이라 재미있게 했다. 상대가 누구든 내 공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덧붙였다.

'첫 등판이 나름 성공적이었다'는 말에 양현종은 "한국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새로운 도전을 했는데, 처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팬도, 구단도 좋아해주시고 믿어주실 것 같았다"며 "오늘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안타를 많이 맞기는 했지만 첫 등판치고 너무 재미있게 잘 던지고 내려왔다"고 자평했다.

"메이저리그는 말 그대로 꿈의 무대인 것 같다"고 말한 양현종은 "오늘 마운드에 서기 위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노력했다. 단순히 한 번 올라간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주 던져서 팬, 구단, 선수들에게 좋은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4회초 재러드 월시의 직선타를 직접 잡아낸 양현종은 이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견수 아돌리스 가르시아의 호수비 덕에 푸홀스를 뜬공으로 처리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양현종이 26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볼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와의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6회 투구하고 있다. 2021.04.27.
텍사스 레인저스의 양현종이 26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볼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와의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6회 투구하고 있다. 2021.04.27.

둘 중 어느 수비가 더 좋았냐는 질문을 받은 양현종은 "제가 더 잘 잡지 않았을까요?"라며 웃어보인 뒤 "내 공 스피드가 빠르지 않아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고, 그래서 그런 그림이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양현종은 지난달 30일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을 치른 뒤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택시 스쿼드에만 세 차례 포함돼 긴 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랜만에 실전임에도 긴 이닝을 소화했다.

양현종은 "너무 감사하게도 코치님이 항상 컨디션을 체크해주셨다. 투구 간격이 길어지면 라이브 피칭을 해야하지 않냐고 말씀해 주셨다"며 "그래서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며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고,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3월 30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⅔이닝 2실점으로 흔들렸던 양현종은 약 한 달 만에 선 글로브라이프필드 마운드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와 이날 등판을 비교해달라는 말에 양현종은 "나에게 그날 하루는 없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날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양현종은 기나긴 기다림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했다.

그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기분좋은 상상을 많이 했는데 현실이 되지 않아 힘들었다"며 "60일 넘게 이곳에 있었는데, 손혁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님과 에이전트인 최인국 스포스타즈 대표님이 많은 힘을 주시고, 용기를 가지도록 도와주셨다. 꿈의 무대에서 던진 만큼 이 자리를 빌어 두 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양현종은 데뷔전에서 아쉬웠던 부분도 짚었다.

그는 "추가 실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팀이 당연히 쫓아가고 역전할 기회가 생겼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잘했고, 축하한다고 했지만 2실점을 하면서 팀 패배에 영향을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안고 데뷔전을 마친 양현종은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 남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현종은 "캠프 때부터 투수코치님들이 커브가 좋다고 칭찬해주셨고, 커브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오늘 커브를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등판할 때 구종을 하나 더 추가해 타자들이 나를 상대하기 힘들어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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