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 투 헤븐' 윤지련 작가 "유품 정리 현장 경험 충격이었다"
'무브 투 헤븐' 윤지련 작가 "유품 정리 현장 경험 충격이었다"
  • 뉴시스
  • 승인 2021.05.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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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별씨 에세이에서 영감...2년간 구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
"이제훈 극한 연기+탕준상 열정 감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스틸.

임종명 기자 = "저는 고인들이 궁금했어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살아있을 때는 어땠을까,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맞았을까, 아쉬운 건 없었을까."

'무브 투 헤븐'을 쓴 윤지련 작가는 2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원래 죽음에 대해 남들보다 관심이 있었다"며 "죽은사람들을 주목했을 때 더 슬펐다"고 말했다.

'무브 투 헤븐'은 지난 14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되어 절찬 스트리밍중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돕고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그린다.

윤 작가가 국내 1세대 유품정리사 김새별 대표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한 이야기다. 윤 작가는 '꽃보다 남자', '앤젤 아이즈' 등을 집필한 바 있다.

윤 작가는 "지난 작품이 끝나고 슬픔, 애도,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집중하고 헤어나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다"며 "드라마를 계속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중에 김새별씨의 에세이를 처음 봤는데 그 책에 담긴 시선이 제가 알고 싶었던 시선과 맞닿아 있었다"고 말했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않더라도 이런 시선을 담아서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아픔이나 고통이 아니라, 묘하게 나에게도 위안이 되는 그런 슬픔이어서 어떻게든 전달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스틸

김새별 대표의 에세이는 2015년 7월에 초판이 나왔다. 그해 가을 책을 보게 된 윤 작가는 보자마자 출판사 측에 접촉했다고 했다. 구상을 한 건 2016~2017년 2년 정도. TV드라마로 다루기엔 무겁고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지금의 '무브 투 헤븐'으로 방향을 잡고 본격적인 기획, 집필을 한 건 2018~2019년이었다. 김새별 대표의 유품정리 현장에 함께 나가고 일본과 미국 사례까지 알아봤다고 했다.

고독사한 70대 할머니 유품 정리 현장에서 유품을 보며 "그분들이 살아 생전 쓰던 것들인데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게 충격이었고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하나하나 물건을 정리하면서 이 물건은 할머니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하루에 이만큼의 약을 드셨구나, 술은 이만큼 드셨구나, 젊었을 땐 어떤 일을 했었겠구나 등을 읽어낼 수 있었다."

윤 작가는 "현장의 경험은 굉장히 특별했고 이 경험이 '무브 투 헤븐' 전편을 집필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브 투 헤븐' 등장인물은 모두 픽션이다. "제가 생각한 유품정리 방식은 현실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걸 해줄 수 있는 유품정리사를 만드는 게 초점이었기 때문에 그루와 아빠 정우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오랜 시간과 고민이 들었다"고 밝혔다.

극 중 그루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설정에 대해윤 작가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장애로 접근하지 않았다"며 "그루를 유품정리사로 만드는 게 중요했고 전달자이긴 하지만 눈물로 전달하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울지 않는 단 한 명이 그루"라며 이렇게 소개했다.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고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감정이 배제된 전달자, 감정적으론 건조하지만 누구보다 공감, 소통을 잘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스틸

윤 작가는 배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그는 "제가 상상한 것 이상을 해줬다. 이제훈 배우는 감정 디테일을 살린 연기, 탕준상이란 배우를 이끌어가는 역할까지 정말 200, 300% 해줬다"고 극찬했고"탕준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선하나, 움직임 하나까지 그루가 되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살았다. 어린 배우의 열정과 진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으로는 아스퍼거 증후군 아들을 둔 아버지의 이야기라고 했다.

윤 작가는 "아버님이 너무 잘 봤다고 얘기해줬다. 등장인물이 딱 어떤 한 분을 가리켜 만든 게 아니지만 그럼에도 당사자나 가족 등 관계된 분들께 상처되거나 배려없이 느껴지면 안 된다는 게 큰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열심히, 또 감사하게, 저희가 '봐주셨으면' 한대로 봐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전한다. 많은 분들이 시즌2를 원한다고 들었는데 응답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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