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부산시의회 제26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상갑 의원은 사상구 한일시멘트 공장의 이전 문제를 거론했다.
부산도서관의 부지와 직선으로 불과 17m 떨어진 거리에 한일시멘트 공장이 가동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은 "도서관이 문을 열면 하루 3천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산시는 시멘트 공장 주변의 공기질 조사를 전문기관에 맡기고 공장이전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지난 2015년 1월 시민공원, 신평역 등 후보지 4곳 가운데 사상구 상수도계량기센터 부지를 부산도서관 자리로 최종 선정했다. 총면적 1만5천㎡에 총사업비 500억 원(국비 180억8000만 원, 시비 319억2000만 원)을 들여 건립중이며 2019년 12월 25일 완공 예정이다.
부산도서관은 서부산의 부족한 독서 인프라를 채우고 부산학 연구와 함께 공공도서관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지만 부지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서관 유치를 환영하는 주민들도 도서관 옆 시멘트 공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민 박문자(69세·여) 씨는 “부산도서관이 들어오면 우리 동네가 더 유명해지고 활기차 질 것 같아서 기대된다. 동네가 발전될 것 같아서 좋다. 하지만 시멘트 공장의 각종 소음과 분진 때문에 걱정이다”고 말했다.
시민 박영일(72세·남) 씨는 “더운 여름철에도 시멘트 공장에서 날리는 분진 때문에 창문을 제대로 열지 못할 정도다”며 “대형 레미콘 차량과 트럭도 하루에 수십 대씩 지나다닌다. 도서관이 완공되면 어린이들도 많이 올 텐데 안전사고도 우려가 된다”며 걱정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멘트 공장 이전을 촉구하는 대책위원회가 꾸려져서 1달에 1번씩 구청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대안이 없다.
30년 이상 같은 자리에서 운영해 온 대형 시멘트공장을 하루아침에 내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구청 역시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편사항은 잘 알고 있다. 한일시멘트 측과 접촉해 이야기도 나눠보고, 청와대 국민신문고에도 글을 올려보았지만 대안이 없다”며 “강제 이전 등의 행정조치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체부지 마련을 위해 김해, 양산 등의 가까운 산업단지에 문의를 하고 있지만, 시멘트공장의 입주를 다들 꺼려한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도서관 부지 선정 과정이 과거 서병수 시장의 서부산 개발 공약에 끼워 맞추는 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 시장이 서부산권역 개발을 핵심 공약 사업으로 추진했고 '공약 이행'에만 급급해 부지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시민 강서윤(39세 여)씨는 “부지 선정을 한 부산시의 책임이 크다. 문제의 해결책도 없이 공사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대안 없는 안일한 행정으로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김나희(12세 여) 어린이는 “집 근처에 큰 도서관이 생긴다고 해서 기대가 크지만, 어른들이 시위를 하고 서로 목소리를 높여 싸우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안 좋다. 도서관을 다른 곳에 지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