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코로나 시대 관객 증발에도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왜?
[초점]코로나 시대 관객 증발에도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왜?
  • 뉴시스
  • 승인 2021.07.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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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전엔 입소문 타면 흥행
코로나 사태 이후 팬덤 있어야 흥행
분노의질주·귀멸의칼날·블랙위도우 등
마니아층 확고해 코로나에도 극장행

손정빈 기자 = 코로나 사태는 영화 관객 74%를 증발시켰다. 2019년 2억2667만명이던 관객수는 지난해 5952만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7월이 절반이 지나도록 총 관객수가 2500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이런 추세라면 5000만 관객도 채우기 힘들어 보인다.

◇관객 증발에도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

상황이 이렇게 어려운데도 흥해에 성공하는 영화들이 있다. 올해 국내 개봉 영화 중 흥행 1위인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228만명), 2위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 편'(214만명), 개봉 일주일만에 5위에 오른 '블랙 위도우'(162만명) 등이다. 물론 이들 작품은 코로나 사태 전이었다면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영화계는 최악의 극장 상황에서 이만큼 해낸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평한다. 그러면서 이들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팬덤을 꼽는다.

◇입소문 대신 팬덤

코로나 사태 직전이었던 2019년 1000만 영화는 '극한직업' '어벤져스:엔드게임' '겨울왕국2' '알라딘' '기생충' 등 5편이었다. 그해 2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수는 27편이었다. 한 마디로 스타 배우가 출연하고, 입소문이 조금이라도 돌면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제작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흥행 성적을 예상할 순 없어도 시사회 반응을 보면 그 영화의 앞날을 대충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영화계 호시절은 사라졌다. 영화관에 가는 사람이 없으니 입소문도 나지 않았다. 설령 입소문이 난다 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굳이 극장에 가지 않았다. 비대면 시대가 성큼 다가오자 이에 발맞춰 넷플릭스 등 온라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질이 한 층 높아진 것도 극장 관객 감소에 영향을 줬다.

관객 엉덩이가 몇 배는 더 무거워지다보니 관객을 끌어오기 위한 킬링 포인트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그 영화라면 코로나를 뚫고서라도 본다'는 관객이 있는 영화가 성공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게 바로 '팬덤 영화'다.
 

◇'귀멸의 칼날'이 준 충격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만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한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 편'('귀멸의 칼날')이다.

 지난 1월 이 작품이 개봉할 때만 해도 흥행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일본 현지에서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코로나 사태 탓에 한국영화도 줄줄이 무너지는 판에 일본 만화가 원작인 이 이 영화를 보러 올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고 본 것이다. 배급사 관계자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내용이 이어지기 때문에 흥행이 어렵다고 봤다"고 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귀멸의 칼날' 마니아들이 극장으로 총출동하고,  n회차 관람을 이어가면서 장기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때마침 넷플릭스에서 '귀멸의 칼날' TV 시리즈를 선보인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영화계 관계자는 "이 작품의 극도로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연출이 극장 관람과 딱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팬덤 있어야 극장 온다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와 '블랙 위도우'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2001년 시작해 20년 간 선보인 9편의 영화를 대부분 메가 히트시키며 골수 팬을 쌓아왔다. 이번에 내놓은 9번째 작품 역시 '챙겨봐야 하는 영화'라는 인식이 흥행에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 위도우'는 2008년 '아이어맨'이 문을 연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24번째 영화다. MCU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영화 시리즈다. 국내에도 "다른 영화는 안 봐도 마블 영화는 무조건 극장에서 본다"는 관객이 많다.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제작한 이들 영화 역시 '귀멸의 칼날'처럼 극장에서 봐야 그 맛이 사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극장에 오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만 보러 오는 경향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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