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서 윤석열·홍준표에 먼저 싸움 걸어
지지율 답보 상태 상대 후보 약점 파고들어
尹과 정책 공약 대결, 洪과는 이미지 싸움
劉 확고한 지지층 구축 못해 선두 도약 한계
손정빈 기자 = 지난 26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3차 토론회에선 언성이 높아진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공약 표절 논란이 또 한 번 거론됐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언급됐을 때,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 법조계 카르텔에 관한 얘기가 오갔을 때다. 이때마다 그 중심엔 유승민 전 의원이 있었다. 유 전 의원 질문에 지지율 투톱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다소 격하게 반응하고, 설전이 이어지는 패턴이었다.
이처럼 현재 국민의힘에서 가장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후보는 유 전 의원이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높은 지지율을 가진 후보를 공략하는 게 당연하고, 유 전 의원은 토론 때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유 전 의원 입장에선 유력 후보들과 설전을 벌이고, 이로 인해 상대 약점이 부각되고, 그것이 화제가 돼야 지지율을 올려 역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3차 토론 클로징 멘트 때 야구공을 가지고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당시 야구 경기에 나가 역전 홈런을 쳤던 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저 유승민을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유 전 의원 지지율은 윤 전 총장, 홍 의원에 크게 뒤져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4~25일 전국 성인 1006명에게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범보수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10.1%로 윤 전 총장(29.7%), 홍 의원(29.5%)에 20%P 가까운 차이로 열세였다. 여야 후보를 모두 포함시킨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지지율 2.3%에 그쳤다.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유 전 의원의 전략은 명확하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짧은 정치 경력을 준비 부족으로 몰아가고, 홍 의원이 오랜 정치 경력 중 쏟아낸 각종 거친 언사와 모순된 언행을 불안정함으로 부각하는 방식이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상대로는 대체로 정책 공약 대결을 하며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집이 없어서 청약을 안했다"는 말실수를 한 것도 유 전 의원이 '군 복무자 주택 청약 가산점 5점' 제도를 물고늘어진 결과물이었다. 유 전 의원은 3차 토론회에서도 윤 전 총장에게 일자리 정책, 노동 시장 개혁 방안에 대해 캐물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의 장점이 각종 정책, 특히 경제 쪽으로는 막힘이 없다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과 함께 본인의 장점을 드러내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을 상대로는 정책 대결 대신 이미지 싸움을 하고 있다. 홍 의원과 토론 때마다 '배신자 논쟁'을 벌이는 것이다. 홍 의원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했던 말과, 그때와 달라진 현재 행보를 일일이 비교해가며 진짜 배신자는 홍 의원이라고 말하며 골수 보수층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유 전 의원은 2차 토론회에 이어 3차 토론회에서도 홍 의원이 과거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춘향인 줄 알았는데 향단이었다" "허접하고 단순한 여자였다"고 말한 것을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대체로 차분하게 얘기를 주고받던 유 전 의원과 홍 의원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도 보였다.
유 전 의원이 이처럼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상대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각개격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유 전 의원이 두 사람을 제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두 후보에게 있는 확실한 지지층이 유 전 의원에게서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에겐 문재인 정권에 맞선 투사(鬪士)라는 이미지와 함께 60대 이상에서 지지를 받고 있고, 홍 의원은 20~30대 남성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유 전 의원에겐 이렇다 할 지지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을 두고 중도 확장력이 있다는 얘기를 하지만, 중도층이라는 것도 지지 기반이 확실한 상태에서 노려볼 만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다만 이 확고한 지지기반이라는 게 단시간 내에 확보되는 게 아니라는 점은 유 전 의원의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