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 잡는다'…유승민, 尹 자질론·洪 말바꾸기 공략
'윤·홍 잡는다'…유승민, 尹 자질론·洪 말바꾸기 공략
  • 뉴시스
  • 승인 2021.09.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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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국힘 경선 후보 중 가장 공격적 태세
토론회서 윤석열·홍준표에 먼저 싸움 걸어
지지율 답보 상태 상대 후보 약점 파고들어
尹과 정책 공약 대결, 洪과는 이미지 싸움
劉 확고한 지지층 구축 못해 선두 도약 한계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유승민 대선예비후보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DMC 채널A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경선 3차 방송토론회에서 클로징 멘트때 사용할 소품(자신을 홍보하거나,내세울수 있거나,기억나는 것)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1.09.26. photo@newsis.com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유승민 대선예비후보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DMC 채널A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경선 3차 방송토론회에서 클로징 멘트때 사용할 소품(자신을 홍보하거나,내세울수 있거나,기억나는 것)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1.09.26. photo@newsis.com

손정빈 기자 = 지난 26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3차 토론회에선 언성이 높아진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공약 표절 논란이 또 한 번 거론됐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언급됐을 때,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 법조계 카르텔에 관한 얘기가 오갔을 때다. 이때마다 그 중심엔 유승민 전 의원이 있었다. 유 전 의원 질문에 지지율 투톱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다소 격하게 반응하고, 설전이 이어지는 패턴이었다.

이처럼 현재 국민의힘에서 가장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후보는 유 전 의원이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높은 지지율을 가진 후보를 공략하는 게 당연하고, 유 전 의원은 토론 때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유 전 의원 입장에선 유력 후보들과 설전을 벌이고, 이로 인해 상대 약점이 부각되고, 그것이 화제가 돼야 지지율을 올려 역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3차 토론 클로징 멘트 때 야구공을 가지고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당시 야구 경기에 나가 역전 홈런을 쳤던 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저 유승민을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유 전 의원 지지율은 윤 전 총장, 홍 의원에 크게 뒤져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4~25일 전국 성인 1006명에게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범보수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10.1%로 윤 전 총장(29.7%), 홍 의원(29.5%)에 20%P 가까운 차이로 열세였다. 여야 후보를 모두 포함시킨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지지율 2.3%에 그쳤다.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유 전 의원의 전략은 명확하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짧은 정치 경력을 준비 부족으로 몰아가고, 홍 의원이 오랜 정치 경력 중 쏟아낸 각종 거친 언사와 모순된 언행을 불안정함으로 부각하는 방식이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상대로는 대체로 정책 공약 대결을 하며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집이 없어서 청약을 안했다"는 말실수를 한 것도 유 전 의원이 '군 복무자 주택 청약 가산점 5점' 제도를 물고늘어진 결과물이었다. 유 전 의원은 3차 토론회에서도 윤 전 총장에게 일자리 정책, 노동 시장 개혁 방안에 대해 캐물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의 장점이 각종 정책, 특히 경제 쪽으로는 막힘이 없다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과 함께 본인의 장점을 드러내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을 상대로는 정책 대결 대신 이미지 싸움을 하고 있다. 홍 의원과 토론 때마다 '배신자 논쟁'을 벌이는 것이다. 홍 의원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했던 말과, 그때와 달라진 현재 행보를 일일이 비교해가며 진짜 배신자는 홍 의원이라고 말하며 골수 보수층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유 전 의원은 2차 토론회에 이어 3차 토론회에서도 홍 의원이 과거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춘향인 줄 알았는데 향단이었다" "허접하고 단순한 여자였다"고 말한 것을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대체로 차분하게 얘기를 주고받던 유 전 의원과 홍 의원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도 보였다.

유 전 의원이 이처럼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상대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각개격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유 전 의원이 두 사람을 제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두 후보에게 있는 확실한 지지층이 유 전 의원에게서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에겐 문재인 정권에 맞선 투사(鬪士)라는 이미지와 함께 60대 이상에서 지지를 받고 있고, 홍 의원은 20~30대 남성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유 전 의원에겐 이렇다 할 지지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을 두고 중도 확장력이 있다는 얘기를 하지만, 중도층이라는 것도 지지 기반이 확실한 상태에서 노려볼 만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다만 이 확고한 지지기반이라는 게 단시간 내에 확보되는 게 아니라는 점은 유 전 의원의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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