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 환자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인지기능 손상 정도 측정
강박증 환자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인지기능 손상 정도 측정
  • 김민귀 기자
  • 승인 2021.09.3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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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 환자가 복잡한 도형을 보고 외우는 동안 보이는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인지기능의 손상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의생명연구원 김민아 교수팀은 안구운동 검사로 강박증 환자의 인지기능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교수팀은 강박증 환자 104명과 일반인 114명을 대상으로 복잡한 도형을 기억한 후 떠올리는 '레이복합도형 검사'를 시행했다. 강박증 환자는 일반인과 달리 도형을 떠올려 재현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3분 동안 도형을 보고 외우는 동안 안구운동 검사를 시행해 눈동자 움직임을 측정했다.

그 결과, 강박증 환자들은 집행기능 손상의 정도에 따라 도형을 외우는 동안 눈동자의 움직임에 차이가 났다.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중요한 고위 인지기능인 집행기능이 손상된 강박증 환자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세부적인 것에 집착해 상대적으로 더 좁은 범위의 도형 내 구조에만 눈동자가 오랫동안 머물렀다. 반면, 집행기능이 비교적 덜 손상된 강박증 환자는 더 넓은 범위의 도형을 보면서 계획적으로 암기하는 양상을 보였다.

강박증 환자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어떤 생각이 반복해서 떠오르고, 이에 따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한다. 문을 잠그지 않아 도둑이 들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문을 계속 확인하는 행동이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다. 사소하고 세부적인 내용에 집착해 전체를 보기 어렵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집착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아직 강박증을 평가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검사자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김 교수는 “인지기능 손상은 강박증의 원인이자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이번 연구는 쉽고 빠르게 강박증 환자의 인지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검사 도구를 개발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강박증 뿐 아니라 인지기능 손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에도 확대 적용되고, 실제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간편한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기반 인지기능 평가도구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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