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 참패한 한국 축구
행정도 참패한 한국 축구
  • 뉴시스
  • 승인 2019.01.2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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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앞두고 13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NYC 아부다비 훈련장에서 기성용이 다리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2019.01.13.
2019 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앞두고 13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NYC 아부다비 훈련장에서 기성용이 다리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2019.01.13.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에 큰 상처를 남겼다. 59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항했으나, 준결승이 열리는 날 귀국길에 오르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대회 기간 중 드러난 대한축구협회의 미숙한 행정은 믿고 지켜봤던 팬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는 유독 부상자가 많았다. 개막도 하기 전 나상호(FC도쿄)가 팀을 이탈했고, 이재성(보훔)과 기성용(뉴캐슬)도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다쳤다. 마지막 아시안컵이었던 기성용은 재활 중 다시 부상이 도져 소속팀으로 조기 복귀했다. 황희찬(함부르크)은 마지막 경기가 된 카타르와의 8강전에 결장했다. 다른 선수들의 체력 컨디션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이는 해당 기간 중 벌어진 의무팀 이탈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회 시작 전 재활트레이너 팀장인 A씨가 귀국길에 올랐다. 바레인과의 16강이 끝난 뒤에는 팀원인 B씨마저 짐을 꾸려 떠났다. 

A씨는 오랜 성인 대표팀 생활과 빼어난 능력으로 선수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 한 해외파 선수는 A씨에게 자녀들의 학비 지원까지 언급하면서 자신이 뛰고 있는 국가에서 함께 지내자고 제안 했을 정도다. 

A씨는 소집 기간이 아닐 때도 수시로 선수들의 상태를 살폈다. 꾸준히 선수들을 점검하면서 쌓은 노하우 덕분에 비상시 발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B씨 역시 러시아월드컵 등 현재 선수들과 여러 메이저 대회를 치러 누구보다 개개인의 상태를 잘 안다.

이들의 계약 기간이 아시안컵 개막 전인 지난해 12월31일부로 끝났다는 점에서 사태는 시작된다. 더 큰 문제는 대한축구협회가 이를 알면서도 두 사람을 아시안컵에 동행시켰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회 종료 후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은 팀 전체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갔다. 여론이 악화되자 김판곤 부회장은 간담회를 열고 “캠프에 오기 전에 모든 계약을 완료했어야 했다.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트레이닝 캠프와 대회를 치르게 된 부분은 행정 실수”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계약기간이 끝난 이들이 당연히 대회를 함께 치러줄 것이라는 것은 무척 위험한 생각이다. 계약이 만료된 선수가 계속 경기를 뛰는 경우가 없듯 스태프들에게도 같은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관행이라는 김 부회장의 해명을 보면 지금까지 아무 탈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추후 대한축구협회가 마음을 바꿔 계약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시기에는 다른 팀을 구하기도 어렵다. 중도 이탈한 두 사람의 도의상 책임을 지적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한축구협회는 남은 인원과 급파된 이들로 새롭게 의무팀을 꾸렸지만 분위기는 이미 뒤숭숭해진 뒤였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는 실력과 행정 모두 아시아 최강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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