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진 기자 = "여러 생각이 드네요."
늘 삼성 라이온즈의 중견수 자리를 지킬 듯 했던 박해민이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이제는 LG 트윈스의 일원이 된 박해민은 "과분한 사랑에 감사하다"면서 그동안 자신을 지지해준 삼성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LG는 14일 박해민과 4년 총액 60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이다. 보장 금액만 56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다.
계약 발표 후 박해민은 뉴시스와 전화통화에서 "팀을 떠나 아쉬운 마음도 들고, (LG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줘서 감사하기도 하다"고 조금은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한양대를 졸업한 박해민은 2012년 삼성에 입단, 10시즌 간 삼성에서만 뛰었다.
박해민이 삼성과 마지막으로 협상 테이블을 차린 것은 지난 13일이다. 의견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별이 확정됐다.
더 이상 삼성맨이 아니라는 생각은 박해민을 무척 힘들게 했다. 하루 전을 떠올리며 한숨을 크게 내쉰 박해민은 "서로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FA 이적 선수들이 비슷하겠지만 나는 신고선수로 시작해 주장까지 했다. 우승도 맛봤고, 암흑기도 거쳤다. 삼성에서 대표팀도 두 번이나 했다"고 어렵게 말을 이은 박해민은 "행복한 일들이 참 많았다. 쉽지 않았지만 행복한 기억, 좋은 추억은 안고 떠나게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LG 트윈스로 이적한 박해민.(사진=LG 트윈스 제공)
그동안 든든한 후원자였던 삼성팬들에게는 연신 고마워했다.
박해민은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커왔다. 이적을 한다고 하니 좋은 조건이라고 박수 쳐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남지 못해 죄송하다. 10년 정도 함께 했는데 팬들과 삼성이 없었다면 지금 이 순간은 없을 것이다.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2013년 처음 1군에 모습을 드러낸 박해민은 9시즌 동안 1096경기에서 타율 0.286, 1144안타, 318도루, 42홈런, 706득점, 414타점을 기록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 1위를 차지했고, 2015년에는 시즌 60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이미 홍창기라는 걸출한 외야수를 보유 중인 LG는 박해민의 가세로 더욱 탄탄한 수비진과 테이블 세터를 갖추게 됐다. LG는 홍창기를 우익수로 보내고 박해민에게 중견수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새 도전에 나선 박해민은 LG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할 생각이다. 박해민은 "LG가 지금까지 내가 한 야구를 좋게 봐주셨다고 생각한다. 해왔던대로 열심히 해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