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나와도 '시큰둥'…서울 집값 '대세 하락'으로 전환?
급매물 나와도 '시큰둥'…서울 집값 '대세 하락'으로 전환?
  • 뉴시스
  • 승인 2021.12.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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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규제와 내년 대선으로 집값 불확실성 증가
누적된 주택 공급 부족·입주 물량 감소 주요 변수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시장 흐름 '결정'
 강남과 서북권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7개월 만에 하락으로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값 실거래지수는 180.6으로, 전월 대비 0.42% 상승했지만, 강남 4구가 있는 동남권지수는 전월 대비 0.03%, 마포 등 서북권은 전월 대비 0.5% 내려갔다. 사진은 16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박성환 기자 = "한 달째 매매 거래는 단 한 건도 없었어요."

지난 16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푸르지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기존 호가보다 1억원 이상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집값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데다, 대출도 어려워지면서 매수 문의조차 끊겼다"며 "사실상 개점 휴업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올해 초 뜨거웠던 서울의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 강화 등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7주 연속 주춤하고, 직전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잇따라 체결되면서 일각에선 조만간 상승세가 멈추고, 본격적인 하락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상승에서 하락을 전환하는 '변곡점'에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 대선과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등 향후 집값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여전하고, 서울 집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아직 대세 하락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 0.07% 상승했다. 전주 대비 상승 폭이 0.03% 줄었다. 서울 25개 구(邱) 중 22개 구의 상승 폭이 축소됐다. 특히 관악구의 경우 지난해 5월 18일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가 멈추고, 보합 전환됐다.

강북지역에선 용산구(0.14%)는 이촌동 위주로, 노원구(0.05%)는 학군 수요 있는 중계동 위주로, 마포구(0.05%)는 공덕 오거리 인근지역 위주로 상승했으나,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거래활동 급감하며 상승 폭이 크게 축소됐다.

강남지역에선 서초구(0.14%)는 반포동 신축이나 서초동 중대형 위주로, 강남구(0.12%)는 정비사업 기대감 있는 재건축이나 중대형 위주로, 송파구(0.07%)는 잠실동 재건축 위주로, 강동구(0.10%)는 암사동 (준)신축 위주로 상승했으나, 하락 거래도 증가하며 상승 폭이 축소됐다.

또 서울 강남과 마포에서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아파트값 실거래지수는 마포·서대문·은평구가 속한 서북권이 경우 전달 대비 0.5% 떨어졌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속한 동남권도 0.03% 하락했다. 서울 서북권과 동남권의 실거래가 지수 하락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다만, 서울 전체 실거래 지수는 180.6으로, 0.42% 상승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10%에서 0.07%포인트로 상승폭이 축소되며 4월12일(0.07%) 수준으로 돌아갔다. 올해 최고 상승률이 0.51%(9월6일)에 달했던 경기는 0.15% 상승에 그쳤다. 동두천과 화성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집값은 양극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하락 거래가 이뤄지는가 하면, 고가주택이나 재건축 단지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3차(전용면적 135㎡)는 지난 9월16일 30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8월 31억9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1억원 하락했다. 또 지난 7월 8억9900만원에 거래된 상계주공11(전용면적 68㎡)은 지난달 24일 8억5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강남지역에서는 거래 절벽에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는 종전 신고가인 42억원보다 3억원 많은 45억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3.3㎡당 1억3258만원에 거래된 것이다. 또 지난 10월15일에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는 직전 신고가보다 2억원 오른 38억원에 거래됐고, 강남구 삼성동 '중앙하이츠빌리지(전용면적 152㎡)’도 37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이 다시 급등하지 않으나, 집값을 자극할 변수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중론이다. 단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대출 규제 강화와 추가 금리 인상, 종부세 등 세금 부담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은 불안 요인이다.

내년 입주 물량 감소도 변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63가구로, 올해(3만1211가구)보다 34.4% 감소한다. 이는 2019년(4만9359가구)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의 집값 하락 상승세 주춤이 대세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내년 대선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숨 고르기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향후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좌우될 것"이라며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일부 단지에서 하락 거래가 있더라도 대세 하락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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