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물가에...금리인상 앞당기나
4%대 물가에...금리인상 앞당기나
  • 뉴시스
  • 승인 2022.04.06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4.0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4.01.

소비자물가가 10년만에 4%를 넘어서면서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에 대한 대응으로 이번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까지 커지면서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한은이 오는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시장 금리는 4월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42%포인트 상승한 2.879%를 기록했다. 전날( 2.837) 기록한 연중 최고 기록을 다시 뛰어 넘었다. 2014년 4월 24일(2.880%)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국채 5년물도 0.010%포인트 상승한 3.029%로 마감했다. 전날 기록한 연중 최고 기록(3.019%)을 넘어섰다. 2014년 6월 11일(3.051%)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15%포인트 상승한 3.080%로 전날(3.065%) 기록한 연중 최고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2014년 9월 11일(3.082%)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소비자물가도 10년 만에 4%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한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31.2%나 상승한 영향이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광범위한 물가상승압력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2009년 6월(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9%를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도 기존 2월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은 금통위가 이번달이나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명분이 커졌다.

가계부채 역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카드사와 백화점 등의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 신용(빚) 잔액은 186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빚은 지난해 연간 134조 늘면서 역대 2위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동안 물가보다 성장을 더 중시하는 발언으로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성향으로 알려진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지난 1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에 한국은행이 분명 시그널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채권 시장에서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는 해석을 내놨고, 하룻 새 국채 3년물이 12bp나 오르는 등 채권 시장에 약세로 작용했다.

물가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상반기는 부득이하게 전망치인 3.1%보다 높아질 것 같다"며 "하반기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얼마나 오래갈지에 따라 달라서 이를 예측하려 노력하기보다는 거시경제 리스크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치중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금리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하다"며 "금리 격차가 커지게 되면 환율이 절하하는 쪽으로 작용할 텐데,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이 더 우려된다"며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긴축을 시사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지난 2월 전망에 비해 향후 물가경로의 상방리스크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유가 등 원자재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승헌 한국은행 총재 직무대행도 4일 집행간부회의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동시에 증대된 상황"이라며 "이에 더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빠른 정책기조 전환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여건, 금융시장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원자재 가격상승의 국내 파급영향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금통위의 통화정책 결정이 최선의 판단이 될 수 있도록 관련 부서가 모든 노력을 기울달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5%포인트 빅스텝을 단행하고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를 병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제롬 파월 의장
은 인플레이션에 총력 대응할 것임을 강조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진단헀다. 파월 의장은 필요 시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고, 긴축을 주도하고 있는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총재는 0.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비둘기파인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총재, 에반스 시카고 총재에 이어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까지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은 미 연준이 5월에 이어 6월과 7월, 9월에도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올해 6회 인상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1.75~2.0%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25%, 미국은 연 0.25~0.5%로 현재 한미간 내외금리차는 상단이 0.75%포인트 차이가 난다.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5~6월 빅스텝을 하게 되면 한미 금리는 역전되고 외국인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높아진다.   

4월 금통위가 총재 부재 속에서 열리는 회의인 만큼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되 실제 인상은 5월로 미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후보자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성장에 뿐 아니라 물가에 주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며 "유가도 많이 오르고 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금통위원들과 함께 지금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다 현실화됐으니 그 현실화된 것이 성장에 더 영향을 많이 미치는지 물가에 더 영향을 미치는지 다 분석을 해서 이를 잘 조합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도 비둘기파 성향의 금통위원은 "GDP성장률과 같은 총량지표만 보고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다거나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금리인상을 가속하면 경제회복의 탄력이 둔화될 것"이라며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팬데믹이라는 이례적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초과하더라도 과도한 이탈이 아니라면 목표치로의 수렴 추세를 관찰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과 국내 물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가 빨라지고 횟수도 더 많아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금리를 통해 연착륙될 수 있다고 하는 등 매파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추가 금리인상 기대감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