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한미 기준금리 격차 고려한 사상초유의 빅스텝
고물가, 한미 기준금리 격차 고려한 사상초유의 빅스텝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07.1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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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연 1.75%이던 기준금리를 2.25%로 인상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 23년 7개월만에 6%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고물가를 견인하고 있는 대외요인이 변화하지 않고 있어 한동안 고물가가 유지되거나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인 만큼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1994년 이후 28년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서 인상폭이 기존과 같은 0.25%포인트가 아니라 0.50%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거 제시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금리 인상이 이번 한 차례로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반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지나 7%나 8%대로 치솟는다면 추가적인 금리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같은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산·소비·투자 등 경기가 좋을 때는 금리가 다소 인상되더라도 경제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기가 기대보다 더디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한동안 고공비행 중이던 국제유가가 3개월만에 최저가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과도한 금리 인상은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글로벌경제와 한국경제 모두 사실상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진입한 만큼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다며, 금리 인상 역시 불가피한 만큼 경기부양책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고공비행을 이어가며 불확실성을 높인 탓에 수출 기업이 위축, 추가적인 투자 축소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은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뿐 아니라 주요국 금리 인상과 함께 올라가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신흥국 등 다른 나라의 경기 침체를 유발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우리의 수출과 내수 모두가 위축될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해외 금리 인상 충격과 경기 둔화로 인한 충격이 함께 올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빅스텝이 곧바로 체감될 정도의 경기침체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 기저효과로 인한 경기 회복이 아직 다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상승동력이 남아있는 데다, 최근 지표가 모두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7만8천명으로 지난해 6월 대비 84만 1천 명이 늘었다.

이같은 증가폭은 6월 기준으로 2000년 6월 87만 7천 명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다.

아울러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부터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노동시장 같은 경우는 오히려 고용 늘어나고 있어서 단순하게 금리인상만 가지고 '향후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커진다' 이렇게 보기는 좀 힘들다"고 말했다.

KDI 관계자도 "당장 스태그플레이션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서비스업의 고용 회복세가 유지가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것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을 동시에 야기하는 것인데 현재 상황이 그런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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