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 침수 피해 중 피해 특히 막심했던 곳 강남 지역
서울 곳곳 침수 피해 중 피해 특히 막심했던 곳 강남 지역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08.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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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우로 강남 지역은 도로 일대가 물에 잠겨 차량이 오도가도 못하고 고급 아파트 주차장 등까지 빗물이 고이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전날 서울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 이상 비가 쏟아졌다. 동작구 신대방동의 경우 시간당 141.5㎜의 비가 내리는 등 서울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인 118.6㎜(1942년 8월 5일)를 80년 만에 넘어섰다.

서울 곳곳에 침수 피해가 일었지만 피해가 특히 막심했던 곳은 강남 지역이었다. 테헤란로와 잠원로 등 도로가 물에 잠겼고 강남역 등 일대 지하철역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서초구에 있는 고급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인 '반포 자이', '래미안 아파트', 송파구 잠실 '엘스 아파트' 역시 지하주차장, 인근 도로 등에 물이 들이닥쳤다.

강남 지역의 침수 피해는 이번은 처음이 아니다. 강남 지역, 특히 강남역 일대 지형 자체가 주변보다 10m 이상 낮은 항아리 형태의 구릉지 형태를 띄고 있다. 집중 호우가 내리고 인근 서초와 역삼 고지대에서 물이 흐르면 순식간에 물이 고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인근 지역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강남역은 낮은 지대에 속한다"며 "역삼, 신사, 양재 등 주변 지역에서 빗물이 유입되고 폭우가 내리면서 큰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또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능력(수리 시설이 물을 보낼 수 있는 능력) 부족, 빗물 흡수가 안 되는 아스팔트 지형, 서초구 일대 하수관로로 빗물이 집중됨에 따른 하수 역류 등도 침수 피해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1970년부터 진행된 급격한 도시화로 폭우에 대비한 배수체계가 확실히 갖춰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0년과 2011년 집중호우가 내릴 당시 강남 일대는 물에 잠기며 '강남 워터파크'라는 별명이 오르내렸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세이돈'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서울시가 본격적인 대책을 논의한 시점은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다. 그해 7월 오 시장은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도시 수해 안전망을 개선하겠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상급식' 문제로 자진 사퇴했고, 2011년 11월 보궐선거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됐다. 이후 예산 문제로 대심도 터널 공사가 7곳에서 1곳으로 줄어드는 등 개선 사업은 그대로 표류했다.

2015년 시는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꺼내 들었다.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유역분리터널) 공사,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고 배수구역을 경계조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업비는 유역분리터널 조성에 348억 원, 배수구역 경계조정에 85억 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예산과 설계 문제 등으로 또 다시 공사는 일부 지연됐다. 유역분리터널은 2019년이 완공 목표였으나, 2018년에 착공해 올해 6월 완공했다.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애초 2016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 등으로 2024년까지 연장됐다.

이밖에 2015년 내놓은 대책에서 장기적으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연계한 대심도 다기능터널 설치를 검토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아직 진행되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서울시 측은 강남역 일대의 하수관거 개량과 유역분리터널 설치로 시간당 85㎜ 폭우까지는 감당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로, 속수무책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에 내린 폭우는 150년 빈도에 해당하는 천재지변 성격의 시간당 116㎜로 현재의 강남역 일대의 방재성능 용량을 크게 초과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현재 강남역 일대는 95㎜ 수준으로 증설을 추진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95㎜는 30년 빈도에 해당하는 폭우다.

처리 용량을 넘어선 역대급 폭우이기에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침수 피해가 반복돼 왔다는 점과 집중호우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예방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밖에도 서울시가 올해 수방 및 치수 예산을 지난해 5099억 원보다 약 896억 원(17.6%) 줄인 4202억 원을 책정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10년 간 투입한 예산이 3조6792억 원"이라며 "총 45개 사업 중 40개 사업을 완료했고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은 마무리 단계에 있어 수방 관련 예산이 2020년부터 감소 추세에 있다"고 해명했다.

강남 일대 주민들은 또 다시 이런 침수 피해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30대 채모씨는 "우면산 산사태 났을 때가 2011년인데, 그때 이후로 이만큼 잠긴 적은 없었다"며 "그때 심하게 잠겨서 치수 공사를 한다,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잘 안된 것 같다.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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