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 호황 온다"…SK하이닉스, 불황에 투자하는 이유는?
"3년 뒤 호황 온다"…SK하이닉스, 불황에 투자하는 이유는?
  • 뉴시스
  • 승인 2022.09.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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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 우려에도…오는 2025년 반등 가능성에 '베팅'
"위기 속 미래 준비"…시황에 따라 낸드·D램 생산 결정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생산시설 단지도

이인준 기자 = SK하이닉스가 6일 반도체 불황 위기 속에서도 신규 공장 건립을 발표한 것은 업황 조기 반등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세계 경기 침체와 공급망 불안정으로 급격한 수요 감소와 마주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 스마트폰 등의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8)의 고정거래 가격은 7월 14.03% 하락한 데 이어 8월에도 전월 대비 1.04% 내렸다.

8월 가격은 2.85달러로, 지난 2020년 12월31일(2.85달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낸드 플래시도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 16G*8 MLC)의 고정거래 가격이 6월(-3.01%), 7월(-3.75%), 8월(-1.67%) 3개월 연속 떨어졌다.

SK하이닉스가 이런 상황에서도 증설에 나서는 이유는 '2025년 호황'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변동 주기가 갈수록 짧아질 것으로 본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가 약 5년 이상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을 오간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메모리 반도체의 응용처가 다변화된 반면, 초미세공정 등으로 반도체 생산 능력은 한계에 부딪쳤다. 수요는 늘고, 공급도 가파르게 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이 오는 2024년께 회복을 시작해 2025년에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도 업황 반등 시기에 맞춰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 2012년 적자 상태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저력이 있다. 지난 2017~2018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대호황기) 때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도 2015년 이천 M14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주효했다고 판단한다.

SK하이닉스가 현재 가동 중인 M15의 확장 팹 'M15X'를 가장 먼저 착공하기로 한 것도 업황 변동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자칫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청주 M15X ▲청주 M17 ▲용인클러스터 등에 대한 신규 투자를 검토해왔다. 이 중 가장 착공 준비 속도가 빠른 청주 M15X가 가장 먼저 투자 대상으로 낙점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M15X는 M17 등보다 규모가 작아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신규 투자도 관련 행정 절차가 끝나는 대로 투자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재 M17의 경우 아직 산업단지 조성 단계에 있으며, 문화재 조사 등의 절차도 연말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도 토지 보상 문제 등이 끝나는 대로 신규 투자를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공급 과잉 우려가 있어 신규 투자가 '치킨게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은 최근 공급 과잉 우려가 큰 낸드 플래시를 주로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이와 관련 "이번 투자 결정은 앞으로 3년 뒤를 내다본 것으로, 당장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생산하는 제품도 D램이 될지, 낸드플래시가 될지 결정되지 않아 앞으로의 시황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5년간 M15X 공장 건설과 생산 설비 구축에 총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0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약 6만 ㎡ 부지에 M15X 건설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초 완공을 목표로 한다. M15X는 복층 구조로, 기존 청주 M11, M12 두 개 공장을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다.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다가올 10년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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