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증권사…얼마나 어렵길래
허리띠 졸라매는 증권사…얼마나 어렵길래
  • 뉴시스
  • 승인 2022.11.0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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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3분기 ROE 0.7%로 급감
KB·신한도 영업이익 각 52.5%, 50.3%↓
판관비 등 비용 줄이고 비상경영체제
케이프투자證, 법인·리서치 조직 폐쇄

 박은비 기자 =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국내 주요 증권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투입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 아래로 떨어진 대형 증권사도 나왔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ROE 0.7%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3.0%포인트나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11.4%였던 ROE는 올해 들어 1분기 5.9%, 2분기 6.7%, 3분기 0.7%까지 곤두박질쳤다. 사업부 전반적으로 수익이 감소한 탓이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 685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38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만에 누적 1조원을 돌파해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던 게 무색한 실적이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수료수지는 1716억원으로 전년 동기(3017억원) 대비 반토막났고, 운용손익과 관련 이자수지도 982억원으로 1년 전(2070억원)과 비교했을 때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은 포트폴리오 재조정, 보수적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채권 비중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주로 개인을 상대로 하는 영업하다 보면 아무래도 보수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증권사 ROE가 1% 밑으로 떨어지는 건 뜻밖이라 실적이 나온 걸 보고 놀라긴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3분기 실적이 공개된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영업이익도 각 52.5%, 50.3% 감소했다. 대형 증권사의 위기감도 이처럼 고조된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가 처한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1일 직원들에게 법인·리서치조직 폐쇄를 결정했다고 사내공지했다. 고정 비용이 많이 드는 부서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지금 전체 금융시장이 어렵고 내년을 생각했을 때 회사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에 집중하려고 이런 결정을 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투자은행(IB), 자기자본투자(PI)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판매비와 관리비 등 비용을 대폭 축소하거나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증권사도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본부 일부를 폐쇄하고 인력 감원까지 돌입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해당 증권사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얼마 전 근거 없이 매각설이 흘러나오더니 이번에는 정리 계획이 나오고 있다. 계획된 바 없고 논의된 적도 없는 이야기"라며 "우발부채 비율을 100% 이하로 낮추는 등 상반기부터 리스크 관리에 힘쓰고 있다. 개선되는 게 수치로도 확인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중소형 증권사의 자금난 해결을 위해 산은이 2조원대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대신 자산 매각, 대주주 자금 투입 등을 요구하는 자구확약서를 받기로 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한 곳당 1000억원 한도로 CP 매입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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