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은 오세훈 시장 단독 면담 요구
시는 다양한 단체 의견 듣겠다는 입장
권혁진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명절 전 만남'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만나서 풀어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뜻을 같이 하고 있지만 방식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19일 오후 4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장애인 단체들의 비공개 합동 면담을 마련하고 전장연측에 참여를 요청했다.
전장연의 생각은 다르다. 단독 면담이 아니면 의미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면담을 둘러싼 전장연과 오 시장의 줄다리기는 2주째 진행 중이다.
전장연은 지난 4일 서울교통공사와 만나 오 시장과의 면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19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하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소식을 접한 오 시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의 화답하면서 속도가 붙는 듯 했던 양측의 만남은 전장연측이 제시한 데드라인 하루 전인 이날까지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실무 접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장연과 서울시는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총 5차례(서울교통공사 4회,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1회) 마주해 면담 방식을 두고 의견을 조율했다. 하지만 매번 접점은 찾지 못했다.
전장연이 다른 단체들과의 동석을 거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이른바 서울시의 '갈라치기' 우려 때문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18일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장애인 단체들을 불러서 서로를 비난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면담을 진행한다면 법원의 조정안 수용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원활한 면담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로 지적됐던 탈시설을 두고는 "탈시설 문제는 합의해야 할 것이 아니다. 우리 측에서 그 의제를 제기한 적도 없다"면서 이를 배제한 단독 면담을 촉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탈시설이 여전히 주요 의제인데다 관련 정책에 대해 다른 장애인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는 점을 들면서 전장연의 요청을 또 다시 거절했다. 시는 전장연이 참여해 다양한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논의해야 장애인 정책이 균형있게 발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장연이 끝내 불참할 경우 오 시장과 장애인 단체 합동 면담 또한 없던 일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장연이 빠지면) 추후 별도 공동 면담 일정을 잡을 것"이라면서 전장연이 면담 테이블에 나오기를 기다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양측 중 누구 하나가 지금의 견해를 굽히지 않아 면담이 결렬된다면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은 20일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남은 시간은 하루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