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멋진오빠'하며 돈 달라고"…이정근 "진실 얘기하라" 반발(종합)
사업가 "'멋진오빠'하며 돈 달라고"…이정근 "진실 얘기하라" 반발(종합)
  • 뉴시스
  • 승인 2023.01.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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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제공 사업가 박모씨 증인 진술

"李, 선거 목적으로 금전 요구 사실"

"남편 땅 담보 말해놓고 계약 안해"

"도와주겠다며 많은 사람 이름 대"

"자기 뒤에 송영길, 노영민 있다고"

'5000만원 넣을까' 녹취파일 담겨

이정근 "진실 얘기하라" 언성 높여
조수정 기자 =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빌미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신귀혜 김진아 박현준 기자 = 청탁 대가로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근(구속기소)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선 사업가 박모씨가 이 전 부총장에게 직접 금전 요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총장의 2차 공판기일을 열고 박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당초 지난 공판에 출석 예정이던 박씨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연기되면서 이날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박씨는 이 전 부총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당사자로 지목 받고 있다.

박씨는 검찰이 2019년께 이 전 부총장을 알게 된 경위를 묻는 과정에서 "자신이 민주당에서 중소기업 관련 위원회인가 했다며 박영선(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도 언니 동생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이 그 정도로 박 전 장관과 친하니 인사하려면 2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나'라고 묻자 "몇천만원을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특정 지역 소재 호텔을 거론하며 돈을 건넨 사실을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이 선거 등 목적으로 금전을 요구했다는 진술도 이어갔다.

검찰이 '선거비용이 필요해 이 전 부총장이 남편 소유인 경북 청송군 땅을 다운계약서를 쓰고 1억원을 달라고 했나'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하지만 이 땅을 매수하지 않았다며 "명의 이전도 못 했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총장이 그 땅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땅도 안주고, 담보도 안 잡혀 돈이 정치자금 성격으로 붕 떠버렸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두 사람이 2020년께 나눈 통화내역을 재생하며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박씨가 '일단 급하면 통장으로 5000만원 넣어드릴까요' '계좌번호 주세요'라는 음성이 담겼고, 이에 이 전 부총장이 '예'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음파일과 관련해 검찰이 '녹취 상황은 이 전 부총장이 증인에게 공천을 받으려면 어른에게 인사해야 하니 돈이 급하다는 식으로 말해서 돈을 보내준 것이 맞느냐'라고 묻자 박씨는 수긍했다.

박씨는 "자기가 정치를 하는데 당 공천을 받으려면 로비도 해야 하고 어른들 인사도 해야 한다며 나에게 땅을 담보로 주겠다고 하니 돈을 준 것"이라며 "자기가 잘 되면 아는 사람이 많으니 도와주겠다며 참 많은 사람의 이름을 댔다. 도움 받는 것도 좋고 땅도 좋고 두 가지 생각으로 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 6월께 이 전 부총장의 선거캠프를 방문해 직접 1000만원을 줬다고도 진술했다. 이는 앞서 공판준비기일에 언급된 내용이기도 하다. 박씨는 "이건 순수하게 제가 그냥 정치자금을 준 것이 맞다"고 했다.

박씨는 또 "('선거에 자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나열할 수가 없다"며 "대놓고 젊은 애를 빨대 꽂고 빠는 것처럼, 저한테 '훈남 오빠', '멋진 오빠' (하면서) 돈만 달라는 것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정치자금 제공의 대가와 관련해서는 "(이 전 부총장이) 자기 뒤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있으니 도와주면 틀림없이 보답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씨의 구체적인 진술이 이어지자 이 전 부총장은 피고인석에서 "진실을 이야기하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전 부총장 측 변호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오전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박씨는) 자기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것이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녹음을 했다"며 "현금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청탁 명목으로 사업가 박씨로부터 수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비용 명목으로 수회에 걸쳐 박씨로부터 3억3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도 조사됐는데,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총 10억원대 금액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해오던 이 전 부총장 측은 공판준비기일을 거치며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혐의를 인정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수천만원에 불과해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은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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