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가구 넘는 미분양 공포…더 서러운 중견·중소건설사
7만 가구 넘는 미분양 공포…더 서러운 중견·중소건설사
  • 뉴시스
  • 승인 2023.03.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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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청약 평균 경쟁률 6대1…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
미분양 물량 84% 지방…규제 완화로 줄도산 위기 확산
 김선웅 기자 =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서있다

 박성환 기자 =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 7만 가구를 넘어서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계 양극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고, 주택 수요가 풍부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이 예정된 대형 건설사들과 달리 미분양 주택이 쌓인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을 앞둔 중견·중소건설사들은 분양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는 등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역과 보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국내 거주 성인이라면 누구나 무순위 청약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봄 분양 성수기에도 지방 분양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위험수위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이 중견·중소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고, 건설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청약에 나선 아파트 단지 대부분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 올해 1~2월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개 단지에서 일반공급으로 나온 6797가구에 4만824명의 1순위 청약자가 몰려 6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7864가구에 1순위 청약자 41만7934명이 몰려 경쟁률 15대 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총 19개 단지 중 전체 경쟁률이 1대 1을 밑돈 단지도 12곳에 달했다. 충남 서산 해미 이아에듀타운은 80가구 모집에 3명만 청약해 경쟁률이 0.04대 1을 기록했다. 대구 동구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도 478가구 모집에 28명이 신청하는 데 그쳐 0.0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반면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되는 단지도 있었다. 경남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 1블록과 2블록은 각각 1순위 경쟁률 28.72대 1과 28.02대 1을 기록했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도 605가구 모집에 전체 7328명이 청약해 12.1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또 충북 청주시 복대자이 더 스카이, 경기도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도 각각 9.39대1, 7.99대 1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이 7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12년 12월(7만5000가구) 이후 10년 1개월만에 최고치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위험 한계선인 6만2000가구 웃돌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미분양은 7만5359가구로 전월(6만8148가구)보다 10.6%(7211가구) 늘었다. 지역별로 수도권이 1만2257가구로 전월(1만1076가구) 보다 10.7%(1181가구) 증가했다. 지방은 6만4102가구로, 전월(5만7072가구) 보다 10.6%(6030가구)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약 규제 완화로 지방 미분양 사태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역과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국내 거주 성인이라면 누구나 무순위 청약이 가능해지면서 지방 주택 수요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지방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약 시장 양극화와 심해지면서 지방에 기반을 둔 중소·중견건설사들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대구(1만3565가구)에선 지난달 신규 주택사업 승인을 전면 중단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승인을 중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해 분양 물량을 조절한다.

전국 미분양 물량 중 84%가 지방에 쌓이면서 건설사 폐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변경·정정·철회 포함)는 36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3년(404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우석건설(시공능력 202위)와 경남 창의 중견 건설사 동원건설산업(시공능력 388위)도 포함됐다.

정부의 청약 관련 규제 완화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의 무주택·거주지 요건이 사라지고, 다주택자도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등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에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지역 간 청약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형 브랜드 단지와 입지조건, 분양가 등에 따라 청약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브랜드 선호가 낮은 중소·중견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청약시장의 옥석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
이라며 "정부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살 때 취득세 감면과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주는 등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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