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여진 계속"…건설업계, 금융 전문가 영입 등 유동성 위기 해소 '총력'
"부동산PF 여진 계속"…건설업계, 금융 전문가 영입 등 유동성 위기 해소 '총력'
  • 뉴시스
  • 승인 2023.04.0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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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원자잿값 상승·미분양 증가…건설업계 유동성 '빨간불'
금융 전문가 사외이사 영입…유동성 확보·경영 위기 선제 대응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박성환 기자 = "유동성을 확보해 당장의 위기를 넘기더라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예요."

지난 3일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뉴시스 취재진에게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유동성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금융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분간 최악의 부동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존을 위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금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대형건설사 가릴 것이 없이 은행권 출신 금융 전문가를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일부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올해에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발(發)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미분양 증가, 원자잿값 상승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유동성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건설사들은 금융·재무 분야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성희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안 교수는 1976년생으로 회계·재무 분야 전문가다.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로 근무했고, 중부지방국세청 국세심사위원, 한국회계학회 교육분과위원장, 금융위원회 공인회계사 자격제도 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NH저축은행 사외이사·감사위원장으로 선임됐다.

DL건설은 신진기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신 이사는 1975년 우리은행에 입사한 뒤 40년 이상 근무한 금융 분야 전문가로, 기업 회생 전문가로 꼽힌다. 우리은행 재직 당시 재무적 어려움에 빠진 기업 회생을 담당하는 기업개선부 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김용대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서울가정법원장을 역임했다. 김 신임 이사는 유진투자증권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다.

한신공영은 2019년까지 KB금융지주 브랜드전략 총괄상무를 지낸 백문일 포항시 투자유치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백 위원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미래전략실장을 역임했다.

실제 주요 건설사 11곳의 PF우발채무가 94조원에 이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건설사 11곳의 부동산 PF우발채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94조원에 달한다. 책임준공 미이행시 채무인수(PF차입금액 혹은 약정한도액)·중도금대출·정비사업·일반도급사업 PF보증을 포함한 개발사업 우발채무다.

건설사별로 ▲현대건설 24조원 ▲GS건설 14조원 ▲롯데건설 12조원 ▲대우건설 10조원 ▲포스코건설 8조3000억원 ▲태영건설 7조500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6조원 ▲동부건설 3조4000억원 ▲KCC건설 3조2000억원 ▲코오롱글로벌 2조원 ▲HL디앤아이한라 1조5000억원 순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들 건설사 보유현금 유동성은 12조원에 불과하다.

미분양 주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파르던 전국 미분양 주택 수 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는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7만5438가구로, 전월(7만5359가구)보다 0.1%(79가구) 증가했다. 증가 폭이 지난해 11∼12월 각 1만가구, 올 1월 7211가구에서 크게 줄었다.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 수가 1만2541가구로, 전월(1만2257가구)에 비해 2.3%(284가구) 증가했고, 지방은 6만2897가구로 전월(6만3102가구) 대비 0.3%(205가구) 감소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오히려 급증했다. 2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8554가구로 전월보다 13.4%(1008가구) 증가했다. 대구의 후분양 단지에서 700가구가량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2021년 7월(8558가구) 이후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유동성 확보 등 경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원자잿값 상승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미분양 우려가 커지면서 유동성 위기 등 재무 위험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금융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주택 수요 위축에 따른 지방 중견·중소건설사의 부실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건설사들의 금융 전문가 영입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자칫 부도나 경영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유동성이나 재무 건전성 관리를 위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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