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연체율 느는데…정부 "부실채권 시장매각 금지"
금융사 연체율 느는데…정부 "부실채권 시장매각 금지"
  • 뉴시스
  • 승인 2023.04.1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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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4년째 부실채권 캠코에 의무 매각
금융권 "부실채권 소화 어려워…시장 개방해달라"
정병혁 기자 = 16일 오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에 설치된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최홍 기자 =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제2금융권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정부가 금융사의 코로나19 부실채권에 대한 시장 매각을 제한하고 있어 금융회사 연체율 관리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정부가 4년째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만 코로나 부실채권 판매를 의무화하고 있어 금융사들이 쌓여가는 부실채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부실채권 시장매각 허용해달라"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개인 연체채권 매입펀드' 운영 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2020년 초 개인 차주의 코로나19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연체채권 매입펀드'를 마련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은행·저축은행 등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연체채권을 캠코에 의무적으로 매각하는 것이 골자다. 공공기관에 채권을 매각함으로써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잉추심을 방지하고 차주의 재기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의 규제로 금융사들의 부실채권 매각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캠코에 매각하는 방식이 있으나, 미 긴축에 따라 점차 늘어나는 부실채권을 모두 소화하기엔 캠코로는 부족하다는 게 금융권의 주장이다.

특히 취약차주가 몰려있어 부실 확대가 우려되는 저축은행권은 부실채권의 시장 매각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3.4%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연체율은 6.5%가량으로, 총 연체율의 두 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증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도 부실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29조9000억 원으로 전년 말 112조6000억 원보다 17조3000억 원 늘었다. 연체율은 2021년 말 0.37%에서 지난해 말 1.19%로 0.82%포인트 증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시장에 매각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캠코와의 연체채권 매입 협약을 종료해야 한다"며 "지금은 코로나 지원보다는 미 긴축에 따른 건전성 관리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융사, 캠코 채권가격 산정에 불신

부실채권 매각 가격에 대한 갈등은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캠코의 가격산정에 대한 불신으로 금융사들이 부실채권 매각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실채권 매각 과정에서 저축은행권과 캠코 간 연체채권 매각 가격 관련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저축은행들은 부실채권(NPL) 시장에서 더 비싸게 연체채권을 매각할 수 있다며 캠코의 가격 산정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캠코는 회계법인을 통한 공정한 가격산정이라며 맞서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인 회계법인을 통해 가격을 산정한 결과 캠코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캠코 측은 "채권 매입가격은 연체기간·채권금액·유사채권의 경험회수율 등을 고려해 회계법인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산정된다"며 "이미 캠코는 금융권역별 설명회 개최 등 5회 이상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가격 기준을 마련했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하루빨리 부실채권 매각을 시장에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 개방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형성돼 가격 책정 논란의 여지가 사라질 수 있다.

다만 금융위 입장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 부실채권을 시장에 개방하기 위해서는 캠코와의 협약을 종료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소비자의 불법추심에 대한 노출도 커지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캠코의 연체채권 매입 협약은 차주에 대한 과잉추심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잉추심 방지 조항이 담긴 개인채무자보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바로 협약을 종료하려 했으나 법안 통과가 조금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개인채무자보호법이 마련될 것으로 보여 올해까지만 캠코와의 협약을 지속할 것"이라며 "금융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내년에는 금융사의 연체채권 매각 방식을 다시 정상화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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