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인플레 둔화 더뎌…금융리스크 유의"
이창용 한은 총재 "인플레 둔화 더뎌…금융리스크 유의"
  • 뉴시스
  • 승인 2023.06.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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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창립 73주년 기념사
근원인플레이션 더디게 둔화
부동산 대출 연체 등 금융 리스크 유의해야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남주현 기자 = "기조적 물가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은 아직 더디게 둔화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은 별관 강당에서 열린 '창림 73주년 행사' 기념사를 통해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리고 미 연준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운용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며 "급박한 경제상황 속에서 여러분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 쉼없이 움직였던 한 해"로 평가하며 "주요국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7월 6.3%까지 높아졌지만, 한은은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였고, 다행스럽게 물가오름세는 지난달 3.3%까지 낮아졌다"고 봤다.

이어 "작년 하반기에는 미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설상가상으로 레고랜드 사태가 겹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이 심화됐다"면서 "한은은 정부·감독당국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였고, 위기 극복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위기가 끝난 것 만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이 총재는 "최근에는 주택시장의 부진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부문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높아졌다"면서 "중장기적 시계에서는 금융불균형이 재차 누증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가계부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감축) 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활기에 따라 가계 부채 오름세에 유의해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 1년 간은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공통적으로 빠르게 금리를 인상했고, 우리 국민 사이에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도 "올해는 국가별로 물가오름세와 경기상황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큰 만큼,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에 따른 정교한 정책대응이 중요해졌으며, 그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능력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리고 말했다.

이에 따른 한은의 역할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비중이 이미 2000년대 들어 은행을 넘어섰고 한은금융망을 통한 결제액 비중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은행과의 자금거래 확대로 은행·비은행 간 상호연계성도 증대됐다"며 "은행 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국민경제 전체의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감독 기관과의 정책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을 통해서라도 금융안정 목표 달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법 제 11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은행법 제2조에 따른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은행지주회사를 의미한다. 한은의 정책의 범위를 보험회사와 상호저축은행업무를 비롯해 신탁업무 등을 영위하는 금융기관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또 "기조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국외 부문으로부터 대규모 유동성이 계속 공급되어 왔기 때문에 한은의 유동성 관리 또한 이를 흡수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 운용됐지만, 대내외 경제 구조가 달라지면서 경상수지 기조는 물론 적정 유동성 규모 등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유동성 조절도 흡수 일변도에서 벗어나 평상시에도 탄력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도록 제도나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모바일 뱅킹 등 IT기술 발달로 기관 간 자금흐름이 대규모로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위기 전파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면서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상시적 대출 제도 등 위기 감지 시 즉각 활용 가능한 정책 수단의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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