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임박…고물가에 경제 회복 늦춰지나
국제유가 '100달러' 임박…고물가에 경제 회복 늦춰지나
  • 뉴시스
  • 승인 2023.09.19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유가 연중 최고가…브렌트유 95달러 턱밑
공급 위축에 수요 확대 맞물려…해외IB 100달러 전망
경제 회복 '찬물'에 글로벌 긴축 연장 가능성 높여
 김근수 기자 = 13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8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8월 수입물가지수는 135.96로(2015=100)로 전월대비 4.4%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 기록한 7.6% 이후 최고 증가폭이다.

남주현 기자 = 국제유가가 또 다시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며 질주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에 따른 공급 위축에 이번에는 미국 경기 호조와 중국 회복세에 따른 수요 증가까지 더해지면서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에 탄력이 더해지는 가운데 계속된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우리 경제 둔화와 물가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0센트(0.53%) 오른 배럴당 94.43달러로 마감해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10월 인도분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1.48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1센트(0.78%)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제유가는 3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주에만 4% 가량 올랐고, 3주간 상승률은 12%에 달한다. 3분기에만 25% 넘게 뛰었다.

◆공급 위축 우려에  美·中 수요 확대 전망 겹쳐

고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가 높아진 이유가 크다.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고, 러시아도 이달부터 30만 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하면서다.

여기에 OPEC(석유수출기구) 회원국인 가봉의 쿠데타로 인한 정치불안, 폭우에 따른 리비아의 석유 수출항 폐쇄 등도 공급을 위축시키며 유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 보유량이 1983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전망도 공급 차질 우려를 높였다.

OPEC이 올해 4분기부터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부족을 전망한 데 이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지속적인 감산에 "하반기에 상당한 원유 공급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전망에 따른 수요 위축 예상은 한동안 유가 상방을 제약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옅어졌다. 당초 4분기 부진이 예상됐던 미국 경제는 양호한 경제 지표를 보이며 석유 수요 확대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 회복세도 석유 수요를 높일 것이란 전망에 힘을 더한다. 지난주 중국 정부가 발표한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4.6% 증가했고, 실업률은 7월 5.3%에서 8월 5.2%로 하락하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각)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성장세가 기대보다 둔화하긴 했지만 유가 상승을 견인하는 주된 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이은 '100달러' 전망 …글로벌 긴축 장기화되나

국제유가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연내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해외IB(투자은행)의 전망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이달 초에는 골드만삭스가 주요국들의 원유 생산 감축 연장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내년 브렌트유가 배럴당 10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프란시스코 블랜치 애널리스트가 "아시아 수요 증가와 OPEC+가 연말까지 감산 조치를 유지한다면 2024년 전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JP모건도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는 90~100달러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고, 그동안 유가 약세 전망을  유지했던시티그룹도 18일(현지시각) 원유 가격이 단기간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추가 긴축 통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골칫거리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정례회의(FOMC)에서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초 미국이 내년 초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지만, 이 경우 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밀릴 수도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서야하는 우니라나로 한미 금리차와 물가 경계심에 금리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하경민 기자 = 한국은행은 올 7월 경상수지가 35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8일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고유가 장기화…고물가·경제불황 우려

고유가는 우리 경제에도 악재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물가를 높여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이는 경상수지와 성장률을 끌어내린다는 점에서다.  민간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경제 악순환도 유발한다.

우리 경상수지는 5~7월 석달연속 흑자를 보였는데,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 영향으로 상품수지가 흑자를 보인 영향이 컸다. 6월까지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75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8월 국제유가가 85달러로 치솟자 7월까지 2% 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곧바로 3.4%로 뛰었다. 유가에 따라 고물가와 성장 둔화의 향방이 달렸다는 얘기다.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경제 불황에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로 닥칠 수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달초 '경제동향'을 통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경기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고유가 장기화는 경제 전망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8월 올해 성장률로 1.4%, 경상수지는 270억 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다. 이는 모두 하반기 브렌트유 평균값을 84달러로 가정했을 때 수치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18일까지 브렌트유의 평균값은 이미 84.58달러로 가정치를 넘었다. 국제유가가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벌일 경우 성장률과 물가 예상치를 모두 손 봐야할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가 계속해서 오를 경우 11월 경제전망때 수정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유가가 오른만큼 수요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유가 장기화는 글로벌 긴축을 연장시켜 우리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정부 역시 높아진 국제유가 수준에 맞춰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고 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