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내내 잡음, 그럼에도 큰 실적 거둔 첼시 '사리볼'
시즌 내내 잡음, 그럼에도 큰 실적 거둔 첼시 '사리볼'
  • 뉴시스
  • 승인 2019.05.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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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문제에 선수 기용, 항명 등 잡음 이어져
위기관리능력 발휘하며
리그 3위·리그컵 준우승·유로파리그 우승 성과

 "나는 첼시에 유임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패권을 차지한 첼시의 사령탑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경기 후 한 말이다. 

첼시는 30일(한국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바쿠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아스널을 4-1로 대파했다. 

2012~2013시즌 벤피카(포르투갈)를 누르고 첫 유로파리그 정상과 연을 맺은 첼시는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에 휘말린 첼시 에이스 에당 아자르는 2골1도움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내내 맹활약을 펼친 아자르 못지않게 사리 감독의 지휘력도 우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그라운드 안팎의 온갖 잡음을 모두 이겨냈기에 의미가 더 컸다. 

사리 감독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나폴리에서 성공을 거두고 지난해 7월14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로 이적했다.은행원 출신으로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아마추어 클럽에서 뛴 이력과 나폴리에서 보여준 공격 중심의 축구 전술 등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기대만큼이나 시즌 내내 그라운드 안팎에서 다양한 문제에 시달렸다.나폴리에서 데리고 온 애제자 조르지뉴가 EPL의 빠른 템포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은골로 캉테의 포지션 문제로도 영국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또 하루 담배 4갑 이상을 피는 애연가로 이탈리아 시절엔 경기 중에도 담배를 피운 사리 감독은, 모든 경기장이 금연 시설로 지정된 영국에선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겪었다.  

기록적 대패도 당했다. 상대적 약체인 본머스에 0-4로 패한 것은 물론, 맨체스터시티에게는 0-6으로 완패했다. 첼시가 6실점을 기록한 것은 EPL 출범 이후 처음이다.

설상가상으로 2월25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서 열린 맨시티와 카라바오컵 결승에선 골키퍼 케파가 사리의 교체 지시를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후 경질설이 돌면서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후 리그 12경기를 단 2패로 틀어막으면서 팀을 극적으로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시즌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첼시는 유로파리그 우승을 비롯해 리그 3위와 리그컵 준우승의 성적을 남겼다.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도 따냈다. 

사리 감독은 경기 후 텔레그라프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쁨을 드러냈다."이 트로피는 정말로 중요하다. 우리는 1월과 2월에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잘 대처했다"면서 "길고 긴 EPL에 잘 대응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지만, 결국 리그에서 챔피언스리그 티켓까지 따냈다"고 자부했다. 

"유로파리그에서도 15경기에서 12승을 거뒀고 3번 비겼다. 우리는 우승할 자격이 있다. 나한테도 그렇지만, 이건 첼시 모두를 위해 중요한 일이다. 선수들과 함께 했기에 더욱 행복하다"며 웃었다. 

 "트로피가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입은 이 셔츠가 더 중요하다. 셔츠 앞면 말이다. 트로피는 셔츠 뒤에 있는 선수의 이름 그리고 코치들의 이름보다도 덜 중요하다"며 팀의 성과와 헌신에 경의를 표했다.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그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과 결별한 이탈리아 챔피언 유벤투스가 사리 감독을 원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사리 감독은 "나는 EPL을 좋아하고 첼시라는 클럽에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클럽이 우리를 개선할 방안이 있는지를 알고 싶다"고 했다. 

의미심장한 말이지만 "이런 대화는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대화다. 나는 늘 시즌이 끝날 때마다 내가 속한 클럽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부연했다. "클럽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내가 이 클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다.

이 대화가 사리 감독의 잔류를 담보하진 않는다. 첼시는 좋은 성적을 올린 감독들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다. 안토니오 콘테, 주제 무리뉴 등 명장들이 성과를 내고도 경질된 전례가 있다.  

하지만 부임 1년 만에 유럽대항전서 무패우승을 거두고 부진을 헤쳐나온 위기관리능력은 감독으로서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적어도 감독 스스로 "잔류할 만하다"고 말할 정도는 된다. 그는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벤치에서 담배를 피웠다. 왼손엔 담뱃갑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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