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개월째 고공행진…농산물 급등에 석유류 불안 여전(종합)
물가 3개월째 고공행진…농산물 급등에 석유류 불안 여전(종합)
  • 뉴시스
  • 승인 2023.11.0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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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10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농산물 물가 29개월만에 최대 상승
석유류 물가 하락폭 4.9→1.3% 축소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박영주 용윤신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8% 오르며 3개월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상승폭은 지난 3월(4.2%)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상기온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급등한 데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무력 충돌 장기화 우려로 석유류 가격 하락폭도 축소되면서 물가가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100)로 1년 전보다 3.8%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 8월(3.4%), 9월(3.7%)에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확대됐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8월(5.7%)부터 올해 1월(5.2%)까지 5%대를 이어갔다.

이후 2월(4.8%), 3월(4.2%) 4%대에 이어 4월(3.7%), 5월(3.3%)에는 3%대까지 둔화했다가 6월(2.7%)과 7월(2.3%)부터는 상승률이 2%대로 축소됐다. 하지만 8월 다시 3.4%로 상승폭이 커지더니 9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3%대를 유지하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100)로 1년 전보다 3.8%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 8월 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확대됐다. 상승폭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4.7%, 3.0%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가격은 7.3% 올랐다. 채소류는 전년보다 5.3% 올랐지만, 곡물과 과실이 각각 12.8%, 25.8% 상승하면서 농산물 물가가 13.5%나 상승했다. 이는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주로 사과(72.4%), 쌀(19.1%), 토마토(22.8%), 귤(16.2%), 파(24.6%). 상추(40.7%) 등의 가격이 올랐다. 농산물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0.61%포인트(p)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채소 성장기에 이상 저온 현상과 기상 여건 등이 예년보다 좋지 않으면서 농산물 가격이 전년보다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축산물 가격은 0.1% 하락했다. 닭고기 가격이 13.2% 올랐으나 국산 쇠고기(-3.1%), 수입 쇠고기(-0.1%), 돼지고기(-0.2%) 가격이 모두 내려가면서다. 소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특별한 가격 오름 조짐은 없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수산물 가격은 3.0% 상승했다. 굴(-6.6%), 전복(-6.7%) 등의 가격은 내려갔지만, 오징어(15.6%), 고등어(5.7%) 등의 가격은 올랐다.

공업제품은 3.5% 상승했다. 아이스크림(15.2%), 우유(14.3%), 빵(5.5%)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은 4.9% 상승했다. 휘발유(6.9%)는 올랐으나 경유(-7.9%), 자동차용 LPG(-11.8%), 등유(-9.8%) 등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석유류 물가는 1.3% 내려갔다. 다만 하락폭은 9월(-4.9%)보다 축소됐다.

전기료(14.0%), 도시가스(5.6%), 상수도료(4.6%) 등 전기·가스·수도는 9.6% 올랐다. 지난해 10월 요금 인상 기저효과로 전월(19.1%)보다 상승폭이 크게 둔화했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2.2% 상승했다. 2021년 10월(6.1%) 이후 2년 만에 상승폭이 최대다. 유치원 납입금(-9.7%), 국제항공료(-4.0%)는 내려갔으나 시내버스료(11.3%)와 택시료(20.0%) 상승폭이 컸다. 개인서비스는 4.1% 올랐다. 외식 물가와 외식 제외 물가 상승률은 각각 4.8%, 3.7%로 집계됐다.

집세는 월세(0.8%)는 올랐으나 전세(-0.6%)가 내리면서 0.0%(보합)를 보였다.

조성우 기자 =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지출 목적별로 보면 의류 및 신발 물가가 8.1% 상승했다. 이는 1992년 5월(8.3%) 이후 31년5개월 만에 최대 상승한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 때 하락했던 부분들이 반영되면서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4.6% 상승했다. 지난 2월(5.5%)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1%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해 9월(12.8%)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컸다. 특히 이상기온으로 수확량이 감소한 신선 과실이 26.2%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는 2011년 1월(31.9%)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6% 올랐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아래로 내려온 건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상승폭은 지난해 4월(3.6%)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작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3.2% 올랐다. 지난해 4월(3.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보경 심의관은 향후 물가 전망과 관련해 "국제유가, 환율 등 외부적 요인이 많이 작용하면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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